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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보다 섬세한 손가락…잘 익은 딸기·토마토만 '톡' 따낸 수확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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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바꾼 일자리 지도
    (2) 고령화사회 해법이 된 로봇

    일손 부족 덜어준 '로봇농부'
    카메라 센서로 수확 시기 감지
    자동압력 조절로 무른 과일도
    상처없이 온전한 형태로 수확

    20여일 걸리던 잡초 제거 작업
    벼농사 로봇이 이틀 만에 끝내
    "사고 위험·휴식 없이도 고효율"

    파종·상품 분류·포장까지…
    "고된 농삿일에서 해방 머잖아"
    일본 완성차부품 업체 덴소의 농업용 로봇 ‘알테미’가 아이치현에 있는 농가에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덴소가 개발한 이 로봇은 인공지능(AI) 기술과 모터 기술을 활용해 방울토마토 숙성 여부를 판단한 뒤 수확한다.  덴소 제공
    일본 완성차부품 업체 덴소의 농업용 로봇 ‘알테미’가 아이치현에 있는 농가에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덴소가 개발한 이 로봇은 인공지능(AI) 기술과 모터 기술을 활용해 방울토마토 숙성 여부를 판단한 뒤 수확한다. 덴소 제공
    딸기는 농업 로봇 개발자 사이에서 오랜 기간 난공불락으로 통했다. ‘로봇 농부’에 맡기기엔 기술 장벽이 높은 작물이어서다. 껍질이 없는 데다 모양도 제각각이다 보니 잡는 것부터 쉽지 않다. 세게 쥐면 터지고, 약하게 잡으면 바닥에 떨어진다. 발육 상태가 저마다 다른데, 잘 익은 딸기만 콕 집어 수확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로봇 기술은 농업 분야의 ‘마지막 숙제’였던 딸기마저 정복했다. 똑똑해진 로봇은 익은 딸기와 덜 익은 딸기를 척척 구분해 내고, 크기에 상관없이 꼭 맞는 힘으로 이를 집어 나른다. 로봇에 고성능 카메라 센싱 기술자동 압력 조절 기술 등이 고도화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제조업보다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농업에서도 곧 로봇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업은 육체적으로 고되고 돈벌이도 안 된다는 이유로 젊은 층이 꺼리는 대표 분야라는 점에서 로봇이 ‘농업 붕괴’를 막을 대안이 될 것이란 얘기다.

    지난 9일 방문한 일본농업협동조합(JA) 후쿠오카현 농장에서 만난 야스카와전기의 로봇팔 ‘모토맨’은 딸기 수확 학습에 한창이었다. 올겨울 현장 투입을 앞두고 ‘현장 실습’에 나선 것이다. 첫 번째 숙제는 주렁주렁 달린 딸기 중 무엇을 따낼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모토맨은 카메라 센서로 빨갛게 익은 딸기만 골라낸다. 상처가 있거나 하얀 딸기는 외면했다.

    두 번째는 ‘타깃’을 온전한 형태로 나르는 것. 이 문제는 로봇의 감압 기술로 풀었다. 카메라로 딸기 모양을 감지한 뒤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딸기를 쥔 뒤 바구니에 담았다. 모토맨이 한 시간 동안 선별해 포장한 딸기는 60여 개. 야스카와전기는 데이터 학습량을 늘려 효율성을 더 제고할 계획이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들어선 일본의 농가에서 로봇은 일상이 되고 있다. 일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작년 말 기준 전체의 29.1%에 달했다. 그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분야가 농업이다. 일손은 부족한데 젊은 층은 ‘도시 일자리’만 찾다 보니, 농촌은 노인들의 세상이 됐다. 일본 농촌에서 7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43%에 이른다.

    일본 로봇 업체들이 일찌감치 ‘로봇 농부’ 개발에 나선 이유다. 이 대열에 들어간 기업 중에는 세계 2위 자동차 부품 업체 덴소도 있다.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며 쌓은 모터 기술을 활용해 지난 6월 토마토 수확 로봇 ‘아테미’를 선보였다.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해 레일이 깔리지 않은 곳도 마음껏 다니며 토마토를 딴다.

    일본 로봇 업체 티무수크는 벼농사 로봇 ‘라이초 1’을 지난해 10월 미야자키현에 보급했다. 12명이 529시간 동안 해야 할 잡초 제거 작업(1000㎡ 기준)을 로봇 15대로 29시간 만에 끝냈다. 오리를 닮은 이 로봇은 바닥에 달린 센서로 잡초만 인식해 솎아낸다. 일본농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사람이 일일이 작업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 보니 고령화 시대에 농업 로봇의 쓰임새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휴식이 필요 없다는 것, 사고 위험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상용화 어려운 분야도 척척

    그동안 업계에서 농업 로봇은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소품종 대량 생산’에 투입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에 쓰이기 때문에 개발비를 뽑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업 제품은 규격화돼 있지만 농산물은 모양과 강도가 제각각이란 점도 이런 시각에 영향을 미쳤다. 1년 내내 로봇을 돌릴 수 있는 산업 현장과 다르게 농사 시즌에만 주로 쓴다는 점도 농업 로봇 확산에 걸림돌이 됐다.

    로봇업계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로봇 쓰임새를 늘리는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로봇팔 끝에 그때그때 업무에 맞는 ‘손가락’을 달아 수확은 물론 파종, 상품 분류, 포장 작업도 할 수 있게 한 것. 로봇 한 대를 구입하면 농사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되자,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76억달러 규모이던 세계 농업용 로봇 시장은 2026년 185억달러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무라이 신지 야스카와전기 로봇기술부장은 “로봇 덕에 사람이 고된 농삿일에서 해방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했다. 일본처럼 농촌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농업 로봇 불모지다. “우리도 로봇 농부를 도입해 농업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형 농장 중심인 북미에서도 로봇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드론과 경비행기가 맡던 제초 작업은 앞으로 로봇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로봇에 잡초를 뽑도록 맡기면, 인접 지역에 독한 화학약품이 흩날리는 ‘공중 제초제 살포’ 위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제농업로봇연맹은 지난해 ‘올해의 로봇’ 후보 5개 중 4개를 제초로봇으로 선정했다. 애덤 데이비스 미국 일리노이대 식물자원학과 교수는 “제초제를 줄이면 토양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슈=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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