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금메달 주는 행사"…외국인이 정의한 '양궁'의 뜻 [2024 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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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궁사들 모여 한국인에 金주는 행사"
"한국 마지막에 만난 팀이 은메달인 경기"
"한국 마지막에 만난 팀이 은메달인 경기"
올림픽 10연패 위업을 달성한 여자 양궁대표팀에 이어 남자 선수들도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석권했다.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에 5-1로 이겨 우승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이 종목 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 양궁은 이로써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전날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여자 대표팀이 10연패를 이룬 터라 한국 양궁은 단체전 남녀 동반 3연패도 이뤘다.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해 본 나라는 한국뿐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올림픽 최고의 왕조"라는 표현과 함께 "난기류를 만나기도 했지만, 결국 10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이 이 만들어낸 숫자들은 경이롭다. 정확성 때문에 까다로운 스포츠 양궁에서 초인적 계보를 이어갔다"고 박수를 보냈다.
NBC 역시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 멤버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어떤 스포츠가 한 국가에 지배된다면 바로 한국과 여자 양궁"이라면서 "미국 남자 농구도 2004년 동메달에 그쳤다. 한국 여자 양궁은 2028년 LA 올림픽에서도 우승해 40년 동안 단체전을 지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양궁 대표팀의 정상 사수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양궁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건 1972년 뮌헨올림픽부터다. 양궁은 사격과 비슷한 '기록 경기'였다. 거리별로 총 288발을 쏴 최고 득점자가 우승하는 '싱글라운드' 방식이었다. 이는 실수가 적고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에게 유리하다. 한국이 첫 출전한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서 독주를 이어가자 세계양궁연맹은 '흥미 유발'을 이유로 룰을 변경했다.
룰 변경은 한국의 독주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예선은 72발로 순위를 정한 뒤 64강부터는 1:1 토너먼트로 겨루는 '올림픽라운드' 방식을 채택했다. 이변의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였지만 한국이 금메달을 휩쓸었다. 연맹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화살 수'를 줄였다. 화살 개수가 줄어들수록 안정적인 경기를 하는 선수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단체전 경기도 88올림픽 때 108발이었으나 이후 발 수가 크게 줄어들어 베이징 대회부터는 24발만 쏘게 됐다. 실력이 떨어지는 팀도 이길 수 있도록 변수를 늘린 것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지금의 '세트제'를 도입했다. 세트별로 세 발을 쏘아서 점수가 높은 사람이 세트를 따내는 방식이다. 실력이 떨어지는 팀이 큰 실수를 하더라도 해당 세트만 내줌으로써 패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잦은 룰 변경이 있었지만 태극 궁사들은 그때마다 우리 양궁팀은 무난히 적응하며 세계 최강의 위치를 지켜왔다.
언제나 기발한 훈련으로 한발 앞섰던 한국 양궁은 최첨단 과학훈련으로 추격자들과 격차를 벌려왔다. 카메라 촬영만으로 심박수 확인할 수 있는 첨단 기기를 훈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심박수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40년간 후원해온 현대차의 각종 기술을 활용해 3D 프린터로 선수별 맞춤형 손잡이까지 제작했다.
무엇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500발을 쏴 오직 실력으로만 뽑는 것도 초격차 유지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선수는 계속 바뀌어도 메달은 늘 한국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저널리즘을 전공한 러셀 비티(Russell beattie)라는 외국인은 자신의 SNS에 양궁의 정의를 새롭게 올려 한국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양궁의 뜻을 "4년마다 전 세계 궁사들이 모여 한국인에게 금메달을 주는 유서 깊은 전통 행사"라고 정리했다.
네티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이 은메달을 따는 대회", "대한민국을 가장 나중에 만나는 팀이 은메달을 따는 경기"라는 댓글로 화답했다.
4년 전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경기 결승전. 마지막 한 발을 쏘면서 '끝'이라고 외쳤고 결국 10점을 명중시켜 금메달을 확정 지었던 오진혁 선수는 3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의선 양궁협회 회장은 금전 지원은 아끼지 않으면서 협회의 자율성, 선수들 지도자들의 자율성을 인정해 준다"면서 "예산 걱정 없이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모든 훈련 프로그램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에 5-1로 이겨 우승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이 종목 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 양궁은 이로써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전날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여자 대표팀이 10연패를 이룬 터라 한국 양궁은 단체전 남녀 동반 3연패도 이뤘다.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해 본 나라는 한국뿐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올림픽 최고의 왕조"라는 표현과 함께 "난기류를 만나기도 했지만, 결국 10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이 이 만들어낸 숫자들은 경이롭다. 정확성 때문에 까다로운 스포츠 양궁에서 초인적 계보를 이어갔다"고 박수를 보냈다.
NBC 역시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 멤버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어떤 스포츠가 한 국가에 지배된다면 바로 한국과 여자 양궁"이라면서 "미국 남자 농구도 2004년 동메달에 그쳤다. 한국 여자 양궁은 2028년 LA 올림픽에서도 우승해 40년 동안 단체전을 지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양궁 대표팀의 정상 사수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양궁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건 1972년 뮌헨올림픽부터다. 양궁은 사격과 비슷한 '기록 경기'였다. 거리별로 총 288발을 쏴 최고 득점자가 우승하는 '싱글라운드' 방식이었다. 이는 실수가 적고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에게 유리하다. 한국이 첫 출전한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서 독주를 이어가자 세계양궁연맹은 '흥미 유발'을 이유로 룰을 변경했다.
룰 변경은 한국의 독주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예선은 72발로 순위를 정한 뒤 64강부터는 1:1 토너먼트로 겨루는 '올림픽라운드' 방식을 채택했다. 이변의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였지만 한국이 금메달을 휩쓸었다. 연맹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화살 수'를 줄였다. 화살 개수가 줄어들수록 안정적인 경기를 하는 선수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단체전 경기도 88올림픽 때 108발이었으나 이후 발 수가 크게 줄어들어 베이징 대회부터는 24발만 쏘게 됐다. 실력이 떨어지는 팀도 이길 수 있도록 변수를 늘린 것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지금의 '세트제'를 도입했다. 세트별로 세 발을 쏘아서 점수가 높은 사람이 세트를 따내는 방식이다. 실력이 떨어지는 팀이 큰 실수를 하더라도 해당 세트만 내줌으로써 패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잦은 룰 변경이 있었지만 태극 궁사들은 그때마다 우리 양궁팀은 무난히 적응하며 세계 최강의 위치를 지켜왔다.
언제나 기발한 훈련으로 한발 앞섰던 한국 양궁은 최첨단 과학훈련으로 추격자들과 격차를 벌려왔다. 카메라 촬영만으로 심박수 확인할 수 있는 첨단 기기를 훈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심박수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40년간 후원해온 현대차의 각종 기술을 활용해 3D 프린터로 선수별 맞춤형 손잡이까지 제작했다.
무엇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500발을 쏴 오직 실력으로만 뽑는 것도 초격차 유지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선수는 계속 바뀌어도 메달은 늘 한국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저널리즘을 전공한 러셀 비티(Russell beattie)라는 외국인은 자신의 SNS에 양궁의 정의를 새롭게 올려 한국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양궁의 뜻을 "4년마다 전 세계 궁사들이 모여 한국인에게 금메달을 주는 유서 깊은 전통 행사"라고 정리했다.
네티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이 은메달을 따는 대회", "대한민국을 가장 나중에 만나는 팀이 은메달을 따는 경기"라는 댓글로 화답했다.
4년 전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경기 결승전. 마지막 한 발을 쏘면서 '끝'이라고 외쳤고 결국 10점을 명중시켜 금메달을 확정 지었던 오진혁 선수는 3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의선 양궁협회 회장은 금전 지원은 아끼지 않으면서 협회의 자율성, 선수들 지도자들의 자율성을 인정해 준다"면서 "예산 걱정 없이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모든 훈련 프로그램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