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카드사에 소비자 환불 조치를 먼저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25일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관련 브리핑에서 "소비자가 기존에 구매한 상품을 환불하고 싶은데 티메프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등의 불편을 겪는 경우 카드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먼저 환불해주고 나중에 티메프와 자금 정산을 하도록 협조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는 소비자가 카드사를 통해 결제하면 판매대금이 카드사 → PG사 → 전자상거래업체(티메프) → 판매자(셀러)로 이동한다. 티메프의 경우 PG업을 겸하면서 일반 PG사(1차)와 티메프 사이에 2차 PG사로도 들어가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소비자가 티메프에 환불을 요청하면 티메프가 판매대금을 PG사를 통해 카드사로 돌려주고 카드사는 결제를 취소한다. 하지만 현재는 티메프가 자금난을 겪고 있어 이런 과정을 거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카드사와 PG사에 먼저 결제 취소 및 환불 요구에 대응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부원장은 "PG사 중에는 규모가 작아 환불 여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어 먼저 카드사를 중심으로 협조해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취소·환불 조치 후에는 카드사는 PG사에게서, PG사는 티메프에게서 대금을 돌려받는다. 티메프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최종적으로 PG사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금감원은 티메프가 보고한 미정산 금액이 1700억원 안팎이라고 전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정확한 수치는 더 검증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티메프가 판매대금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고 유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정산이 제대로 안 된 걸로 봐서 유동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정밀하게 파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은 정산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은행 등 금융회사와 에스크로 계약 체결을 유도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당국이 전자금융업자이기도 한 티메프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리핑에 동석한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보는 "티메프는 2022년부터 관련 규정의 자본금 요건을 맞추지 못해 금감원과 경영개선협약을 맺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PG사에는 일반적 금융사와 달리 강제적 경영개선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전자상거래 업황이 악화돼 제대로 개선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