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유죄 작가 그림에 무용계 반발…군 "명예훼손 없도록 촉구"
한성준 기념비 논란에 홍성군 "행·재정적 지원 없었다"
성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화가가 전통춤 거장 한성준(1875∼1941) 선생의 기념비에 그림을 그려 무용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행정 당국은 "비석과 관련한 어떤 행정적·재정적 지원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25일 충남 홍성군 등에 따르면 이애주문화재단은 지난 15일 홍성군 갈산면 한성준 선생 묘소에서 탄생 150주년 기념 비석 제막식을 했다.

홍성 출신인 한성준 선생은 당대 최고 무용가이자 명고수로 승무, 살풀이 등 100여 종의 전통춤을 집대성해 현대 한국 전통춤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애주문화재단이 한성준 선생의 업적과 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비석을 세운 것인데, 이 비석에 성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임옥상(74) 화백의 그림이 새겨져 무용계가 비석 철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무용계 전현직 국공립 예술 단체장, 무용협회장, 대학교수, 무형유산위원회 위원 등 40여명은 전날 성명을 내고 "비석에 성추행 비위자로 사회적 논란이 되는 임옥상의 그림을 새겨 넣어 무용인과 순수 전통 예술을 사랑하는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족 무형유산을 지킨 한성준 선생의 예술 정신과 명예를 훼손하고 선생의 예맥을 계승하는 전통 예술인을 농락하는 행태"라며 홍성군과 이애주문화재단에 비석을 즉각 철거하고 공개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대해 홍성군은 비석을 세우는 데 어떤 행정적·재정적 지원도 하지 않았고,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군은 한성준 선생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를 촉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군유지가 아닌 이애주문화재단 소유 사유지에 비석이 세워졌다"며 "지난 18일 재단의 요청으로 제막식 보도자료를 단순 배포만 했고, 행사에 홍성군 관계자가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무용계 성명서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애주 문화재단에 한성준 선생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조치를 촉구하겠다"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 관련 단체에 공문을 발송하고, 홍성의 자랑인 한성준 선생을 비롯한 위인을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빈틈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