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바이든→해리스로 과녁 이동…"바이든 못지않게 정책실패 책임"
민주, 해리스 검사 경력 부각하며 성추행·낙태권 문제 더 적극 공략
선거전략 리셋…공화 "실정 부조종사" vs 민주 "유죄 중범죄자"
11월 미국 대선을 100여일 앞둔 22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예약하면서 그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을 상정해 전략을 준비한 민주당과 공화당이 새로운 선거 전략짜기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의 검사 경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러 사법 문제를 대조한다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공화당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공동 운영자로서 고물가와 국경 문제 등 정책 실정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태세다.

일단 선거전략을 많이 수정해야 하는 쪽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11월 선거에서 손쉽게 이길 것으로 기대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해리스 부통령 맞춤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ABC뉴스는 트럼프 측이 대외적으로는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든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광고와 메시지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제 우리는 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조(바이든)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사기에 대해 공화당이 배상받아야 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의 전략은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실정이라고 비판해온 고물가와 불법 이민 문제에 해리스 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 못지않게 책임이 있다고 유권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특히 중남미에서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이 직접 맡아 해결하려고 했으나 별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로 공화당은 해리스 부통령을 "국경 차르"(border czar)라고 조롱해왔다.

캐럴라인 선샤인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성명에서 "낄껄거리는 부조종사 카멀라 해리스보다 지난 4년간 조 바이든의 인지력 저하에 대해 더 거짓말하고, 그의 형편없는 정책을 더 지지한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측이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을 전혀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후 경합주에서 방영할 예정이었던 바이든 공격 광고를 철회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하는 광고를 대신 내보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캠프가 수주전부터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가 될 가능성에 대비해왔다고 보도했으며, 폴리티코도 트럼프 캠프가 지난 5월부터 해리스 부통령에 중점을 두고 민주당 후보 교체를 상정한 전략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선거전략 리셋…공화 "실정 부조종사" vs 민주 "유죄 중범죄자"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넓어졌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전직 검사' 대(對)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는 대립구도로 유권자들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검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뒤집기와 국방 기밀 유출 등의 혐의로 4번의 형사 기소를 당하고 성추문 입막음 돈 혐의 소송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집중적으로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자신이 이 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선거캠프에서 자신이 검사 시절 "여성을 학대한 포식자, 소비자를 속인 사기꾼" 등 온갖 범인을 기소했다면서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안다"고 자신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최대한 공략하기를 기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참패 후 사퇴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여성의 낙태권이 더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더 적극적으로 설득력 있게 펼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일 때도 낙태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긴 했지만, 그는 낙태에 부정적인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 자연스럽지만은 않았다.

NYT는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오랜 기간 이 문제를 논의하거나 '낙태'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조차 불편해했다고 전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나 유산, 불임 문제를 겪은 여성들과 함께 선거 행사를 개최하는 등 이 문제에 대해 편안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실제 연방대법원이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뒤로 전국을 돌며 낙태권 보호의 중요성을 설파한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해리스 부통령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라는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게 됐고, 이젠 오히려 나이를 매개로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를 적극적으로 몰아붙일 계획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올해 59세로 트럼프 전 대통령(78)보다 20년 가까이 젊다는 점에서 이제 민주당에 '나이'는 약점이 아닌 무기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