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미국 증시를 주도해온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종이 주춤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미국 상장사 중 은행, 보험과 내수 업종을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미국 대통령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관련 업종이 정책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관련주는 이미 뜀박질을 시작했다.
美증시 강타한 '어대트'…빅테크 주춤하자 금융株 떴다

○트럼프 수혜에 금융·내수주 ‘주목’

17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금융주를 모은 ‘S&P500 금융’지수는 0.85% 상승한 729.29에 마감했다. 최근 5거래일 동안 4.61% 뛰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는 이 기간 5.4% 올랐고 뱅크오브아메리카(5.32%), 골드만삭스(4.62%), 씨티그룹(2.84%) 등도 강세였다. 주요 보험주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벅셔해서웨이는 최근 5일간 7.66%, 의료 보험사인 휴마나는 5.33%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금융주를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의료보험과 금융 부문의 규제 완화를 내걸고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무장관으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금융주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조민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월 미국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보험료율 인상을 제한하고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해 보험주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바 있다”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런 규제가 폐지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했다.

석유 에너지 기업들도 규제 완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엑슨모빌은 최근 5거래일 사이 5.32%, 셰브런은 4.05% 올랐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환경규제 폐기는 거대 석유기업에 큰 혜택을 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수 비중이 큰 필수소비재 종목을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대규모 경제 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미국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경기 둔화 우려도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 식음료품주인 캠벨수프는 최근 5거래일 사이 5.53% 올랐고 코카콜라컴퍼니(3.46%), 크래프트하인즈(6.29%)도 강세였다. 유통주인 타깃(6.07%), 홈디포(6.30%) 등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주는 변동성이 큰 최근 장세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다 경기 부양 정책 수혜 기대가 커 앞으로 증시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소형주는 ‘옥석’ 가리기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중·소형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러셀2000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0.3% 급등했다. 다만 중·소형주 중에서도 실적 개선이 뚜렷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투자자문회사인 에버코어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중·소형주로 고속도로 건설업체인 컨스트럭션파트너, 인프라 건설 서비스 제공업체인 스털링인프라스트럭처, 석탄 광산업체인 AMR, 특수화학 전문업체인 캐봇을 선정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