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판매가 10% 오를 듯
실리콘커패시터 등 신제품 개발
증권업계 "실적 질주 가능성"
전자부품 중 크기가 가장 작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크기가 쌀알의 250분의 1 크기에 불과하지만,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MLCC는 스마트폰부터 냉장고, 텔레비전, 로봇 등 모든 전자 기기에 들어간다.
MLCC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MLCC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무라타, TDK 등 글로벌 선두 MLCC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삼성전기도 훈풍을 타고 있다. 삼성전기는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MLCC를 생산한다.
○MLCC 가격 최대 20% 인상
17일 전자업계와 외신들에 따르면 일본 무라타와 TDK는 최근 MLCC 가격을 10~2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 PC, AI 폰 출시에 힘입어 MLCC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주요 원재료인 은값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무라타와 TDK는 세계 MLCC 시장을 각각 41%, 13% 점유한 1, 3위 업체다.
일본 업체의 가격 인상에 따라 삼성전기의 MLCC 평균판매단가(ASP)도 내년 1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기준 세계 MLCC 시장의 21%가량을 차지한 2위 업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I발 수요 회복에 힘입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MLCC 가격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제품에 필수로 들어가는 MLCC는 최신형 스마트폰 한 대 기준 1000여 개다. 반도체에는 100여 개, 컴퓨터에는 1200여 개가 필요하다. MLCC의 개당 가격은 몇십원 수준이지만 500㏄ 와인잔을 꽉 채우면 약 3억원어치를 훌쩍 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MLCC 수요는 코로나19발 재택근무로 전자제품 교체 붐이 일었던 2020년 이후 하락을 거듭했다. 당시 TV, 노트북 등을 교체한 소비자들이 새 제품 구매를 거의 끊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MLCC 평균 판매가격은 19.6%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도 3.5% 하락했다.
○AI발 호황으로 사용처 확대
가격 인상은 수요 회복의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AI PC, AI 폰 출시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시장에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주요 동인이다. 올해 노트북 출하량은 1억7200만 대로 지난해보다 3.6% 증가하며 2021년 이후 3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제품에 더 많은 MLCC가 소요되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AI 제품은 기존 기기 대비 MLCC가 10~20% 많이 장착된다. 사용처도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와 로봇 시장이 대표적 사례다. 전기차에는 일반 내연기관 차의 10배에 달하는 1만8000~3만 개의 MLCC가 들어간다.
MLCC가 주력 사업인 삼성전기의 실적도 턴어라운드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기준 MLCC 사업은 삼성전기 매출의 39.9%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1조10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MLCC 불황으로 지난해 6394억원, 올해 8716억원(업계 전망치)을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하는 것이다. 2022년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1조1828억원이다.
삼성전기는 AI, 전기차, 자율주행 등 신기술 확대를 이용해 성장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삼성전기가 2~3년 내 양산을 계획 중인 신제품은 △실리콘커패시터 △글라스 기판 △소형 전고체 전지 등이 있다.
특히 기존 MLCC를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커패시터는 오는 9월 고객사 스마트폰에 납품되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실리콘커패시터는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AI 제품에 들어가는 차세대 부품이다. 전기차용 고성능 MLCC 시장도 공략한다. 삼성전기는 이날 전기차용 2000V MLCC를 개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