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12월 연속 인하 거론…"이달 인하 배제 말아야" 주장도
달러가치 및 美국채 금리 하락…증시 약세 속 중소형주·부동산주는 올라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보다 낮게 나오는 등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를 보이자 미 기준금리가 올해 3차례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6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하고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 시장 전망치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하락했으며,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 가치는 상승했다.

◇ 6월 CPI 전월보다 0.1% 하락…4년여 만에 첫 마이너스
미 노동부는 이날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5월 상승률(3.3%)보다 내려간 것은 물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1%)도 밑돈 것이며,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3.0%를 터치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로, 미국에서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던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근원 CPI(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라 2021년 4월 이후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로 2021년 8월 이후 최저였다.

인플레이션의 주요인으로 꼽혔던 주거비 물가가 전월 대비 0.2% 오르는 데 그친 점도 진전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진정에 대해 더 많은 확신을 얻으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이 짧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물가상승률이) 2%로 가는 길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곧 금리 인하를 할 때가 무르익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10일 의회 발언에서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노동시장에 냉각 신호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가 더는 과열 상태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 금리 선물시장서 9월 인하 기대 92%…'연내 3회' 45%
이에 따라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가 현재의 5.25∼5.50%보다 낮을 가능성을 92.7%로 보고 있다.

이는 한 달 전 52.8%나 하루 전 73.4%보다 크게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12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75%포인트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하루 사이 26.2%에서 45.2%로 올라섰다.

0.5%포인트와 0.25%포인트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각각 42.0%, 8.4%였고 동결 전망(0.4%)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시장 투자자들은 9월을 시작으로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과 올해 마지막인 12월까지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가 내릴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은행 JP모건과 매쿼리는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을 각각 11월과 12월에서 9월로 당겼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시장분석업체 LSEG 자료에 따르면 CPI 발표 이후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72%에서 100%로 올라왔다.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전략가는 "시장에서 7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도이체방크의 매류 래스킨은 "9월 금리 인하는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7월 인하 가능성도 최소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다만 CME 페드워치를 보면 이번 달 금리 동결 전망이 여전히 91.2%에 이르고,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향후 금리정책에 대해 어떤 신호를 줄지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줄리 코작 대변인은 "데이터 의존적이고 신중한 연준의 통화정책 접근법을 지지한다"면서 "연준이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원화 등 신흥국 통화 강세…美 10년물 국채금리 한때 4.2% 밑돌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시장 기대 속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고,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강세를 보였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5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다 CPI 발표 이후 한때 104.077을 찍었다.

달러인덱스는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하면서 104.5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장 대비 0.8원 내린 1,372.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고, 엔/달러 환율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4엔 이상 급락해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영국의 8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아진 가운데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신흥시장 통화 지수는 5월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원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가 이러한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로 미 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28% 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다 CPI 발표 이후 한때 4.16%로 내려갔고, 현재는 4.22%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다.

금리 인하는 유동성 공급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지만, 미 주요 주가지수는 11일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주가 약세 속에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5.57%)와 테슬라(-8.44%)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지수가 1.95%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0.88% 내렸다.

다만 순환매 장세 속에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3.57% 급등했고,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부동산 관련주들도 크게 올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