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 개명 결정…최장수 총리지만 자격 논란
"베를루스코니 공항 개명 반대" 온라인 청원 4만5천명 돌파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주요 공항을 지난해 6월 별세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이름을 따서 개명하는 문제를 놓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르그'에서 진행 중인 '말펜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베를루스코니 공항 반대' 청원 운동엔 이날 오후 4시 현재 4만5천명 이상이 동참했다.

온라인 청원 운동을 시작한 제1야당 민주당(PD)의 롬바르디아 청년 지부는 모든 사람을 환영하는 공항의 명칭을 분열적이고 논쟁적인 정치인의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서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중요한 장소의 이름은 정직, 성실, 지역사회 봉사의 가치를 구현한 인물의 이름을 따야 한다.

베를루스코니는 수년간 받은 수많은 유죄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5일 이탈리아 항공청(ENAC)이 밀라노의 말펜사 국제공항의 명칭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이름을 따서 개명하는 방안을 승인한 이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전후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를 지내는 등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건 맞지만 집권 기간 내내 온갖 성 추문과 비리, 마피아 커넥션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가 설립한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는 개명 승인 결정을 환영했지만 주요 야당들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베를루스코니의 악명 높은 '붕가붕가 섹스 파티'를 언급하며 반대 의견을 게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밀라노의 중도 좌파 시장인 주세페 살라는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와 인터뷰에서 ENAC가 말펜사, 리나테 공항 운영사인 SEA와 한마디 상의 없이 개명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살라 시장은 "이탈리아에는 더 이상 제도에 대한 예의와 공공기관의 독립성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SEA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절차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반면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이날 말펜사 국제공항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이름을 따서 명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위대한 이탈리아 사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에게 말펜사 공항을 헌정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좌파에는 베를루스코니의 10분의 1 가치도 없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욕과 공격, 비방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살라 시장은 도로 파임(포트홀), 도시 미관, 증가하는 범죄와 치안 불안 등 밀라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나 집중하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