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이 참여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가동 시기가 2025년에서 2033년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다.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은 지난 3일 프랑스 현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에 따른 납기 지연과 일부 부품 결함 등으로 ITER 완공 시기가 이같이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ITER 프로젝트에서 각국은 역할 분담에 따라 부품을 납품한다. 이 과정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는 설비 중심부의 진공 용기에서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공 용기 바깥에 부착하는 열 차폐체 냉각용 배관에서 균열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당 부품 제조를 맡은 한국 측의 설계에 오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ITER은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구현한 실험용 발전소다. 약 2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200㎿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원자력 발전과 비슷한 출력을 내면서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ITER은 토카막이라는 도넛 모양의 거대 자기장 설비에 수소 플라스마를 넣고 이를 태양 중심 온도의 10배인 섭씨 1억5000만 도까지 가열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발생하는 열로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초고온 플라스마가 안정적 형태를 유지하도록 초전도 자석을 영하 269도로 냉각해야 하는 등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ITER 가동 연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당초 2020년 준공할 예정이었지만 기술적 어려움에 부딪혀 완공 일정을 2025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일정이 거듭 지연되면서 사업비도 예상보다 50억유로(약 7조5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ITER에는 이미 200억유로가량이 투입됐다.

ITER 사업의 국내 주관 기관인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관계자는 “인류가 초거대 핵융합 장치를 건설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모든 설계는 ITER의 책임 하에 최종 승인됐고, 설계 단계에서 고려하지 못한 오류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