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결 뒤 교육감 공포 안해 기한 넘겨…최호정 의장 "학교구성원 조례가 대체"
서울교육청, 학생인권 상담 및 권리구제 업무 중단…"다음주 쯤 소송 제기"
서울 학생인권조례 논란 끝 폐지…서울시의장이 직권 공포(종합)
서울시의회가 서울시교육청과 갈등을 빚어온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4일 공포했다.

시의회는 지난달 25일 본회의에서 재의결 뒤 폐지가 확정된 이 조례가 법적 공포 기한인 7월 1일이 지났음에도 공포되지 않아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재의결한 조례를 교육청으로 이송하면 교육감은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한다.

교육감이 5일 이내에 공포하지 않으면 지방의회 의장이 조례를 공포할 수 있다.

해당 조례는 지난 4월 26일 시의회 인권·권익향상특별위원회의 위원회안으로 발의·제출돼 당일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5월 16일 "일방적 폐지가 아닌 보완을 통해 학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시교육청의 반발에도 조례는 지난달 25일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재의결됐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논란 끝 폐지…서울시의장이 직권 공포(종합)
이에 조희연 교육감은 조례 공포를 거부하고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제소 계획을 밝혔다.

지방자치법상 재의결된 사항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대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조례 폐지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소송은 다음 주쯤에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는 폐지조례를 공포하면서 "재의결로 폐지된 학생인권조례를 대신해 새로운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가 학교 구성원 간 발생할 수 있는 민원과 갈등을 중재, 해소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한 학생인권옹호관 제도는 사라지지만 '학교구성원 조례'에 따라 교육갈등위원회가 그 역할을 대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조례는 지난 5월 공포됐다.

시의회에 따르면 제11대 서울시의회 출범 후 시의회가 재의결한 조례에 대해 교육감이 공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의장이 직권 공포한 건은 이번이 5번째다.

최호정 의장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는 교육 현장의 현실과 요구를 반영한, 의회의 심도 있는 논의의 결과물임에도 조례를 공포하지 않은 교육감의 무책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가 폐지 조례를 대신하게 되므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학생 인권 사각지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의회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라는 학교 3주체가 상호 존중하는 서울교육 질서의 회복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례가 폐지됨에 따라 "별도 공지 시까지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진행하는 학생인권 상담 및 권리구제 업무를 중단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기존에는 교육청에 학생 등이 학생인권 권리 구제를 신청하면 옹호관은 학교에 자료 요청과 현장 조사, 구제 요청 및 권고를 할 수 있었지만 조례 폐지에 따라 불가능해졌다.

학생인권옹호관은 앞으로 학생 관련 일반적인 민원 처리를 담당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인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제는 교육청에서 이를 처리할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나 경찰 수준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학교 부담이 늘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