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하나 지켜봤던 사람들이"…갤러리 대표가 된 배우 [본캐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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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부캐]
사람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이광기 갤러리끼 대표 인터뷰
1985년 아역 배우로 데뷔, 연기자로 활동
"미술 자선 경매를 하다가 갤러리까지"
사람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이광기 갤러리끼 대표 인터뷰
1985년 아역 배우로 데뷔, 연기자로 활동
"미술 자선 경매를 하다가 갤러리까지"
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이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취미가 부업이 됐고, 어느 순간 주업이 됐다. 배우에서 미술관 관장이 된 이광기 갤러리끼 대표는 16세이던 1985년 KBS 1TV '해돋는 언덕'으로 데뷔해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다. 특히 SBS '왕과비', KBS 1TV '태조 왕건', '정도전', '징비록', '태종 이방원'까지 굵직한 사극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사랑받아왔다. 배우로 왕성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취미로 미술 수집을 시작했다는 이 대표는 "이전부터 미술에 관심을 가졌지만, 2009년 큰일을 겪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니 힐링이 됐다"면서 인연을 공개했다. 2009년엔 이광기의 아들이 신종플루 확진 후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배우 이광기가 아닌 갤러리 대표로서 그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갤러리끼에서 마주했다. 개인적인 아픔을 미술과 봉사활동으로 극복하던 이 대표는 "아이티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를 세워주기 위해 자선 경매를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갤러리까지 오게 됐다"며 "갤러리가 자리를 잡으면서 방송 수입을 넘어서기도 해 본업이 바뀐 셈"이라며 웃었다.
전속 작가 계약을 맺고, 이들이 작품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를 하는 업무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이 대표는 "신진 작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홍보"라며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홍보하며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갤러리끼에서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는 화가 김성룡도 관리 작가 중 한 명이다.
최근 미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대표에게도 "어떤 작품을 사야 하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2022년 KBS 2TV '자본주의학교'에서 "15년 전 100만원에 구입한 판화가 80배 수익을 걷었다"고 밝혀 화제가 됐던 이 대표는 "미술을 투자로만 접근하면 혹이 된다"며 "내가 보기에 좋고, 나중에 70% 정도의 가격에 다시 팔릴 수 있으면 된다는 정도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 올해 3월 종영한 KBS 2TV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는 배우 이광기였는데, 이젠 갤러리 대표 이광기다.
얼마 전까지 드라마 때문에 워낙 바빴다. 연기를 안 해도 방송은 계속하고 있다. KBS 1TV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고, MBN '스타유전자엑스파일' 하고 있다. 아직 방송은 안 됐는데 7월 초에 유튜브를 통해 김구라와 함께 당구를 치는 '당구라'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 이렇게 바쁜데 갤러리는 어떻게 운영하나?
2000년부터 미술 컬렉션을 시작했고, 2009년 모두가 아는 아픈 가족사를 겪고, 2010년부터 취미로 젊은 작가들 작품 보는 게 힐링과 기쁨이 됐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아이티 지진에 다녀오고, 한 아이를 만나고, 그 아이를 보며 우리 아이의 체온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학교를 지어주고 싶더라. 그런데 젊은 작가들이 '우리도 돕겠다' 나서서 '아이티를 위한 자선경매'를 시작했고, 그 후 매년 경매를 진행하게 됐다. 그게 10년이 넘어가면서 자선미술경매 수익금으로 아이티에 학교가 3개나 지어졌다. 경매를 위한 작품 셀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 업계에서 사랑받을 작품들, 앞으로 주목받을 작가들을 찾게 됐고, '10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저에게 물어보는 사람도 늘어나고, 공간도 서울옥션, 케이옥션을 빌리다가 공간도 저만의 공간을 찾게 됐다.
▲ 전시 공간이 상당하다.
2014년 이 땅을 매입했고, 2018년에야 완공했다. 그땐 돈이 없어서, 작품 활동 열심히 해서 지었다. 지금도 은행과 공동 명의다.(웃음) 그렇게 하다 보니 전시 작가들을 어떻게 프로모션을 할까, 홍보를 극대화할까 고민하게 되더라. 아무래도 대중 예술 쪽에 있다 보니 순수 미술을 엔터테인먼트화해서 선보이면 좋겠다 싶었다.
▲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시더라.
10년간 자선 미술 경매를 통해 판매했는데, 사람들이 표정을 보면 너무 행복해한다. 구매자들은 좋은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가져가고, 작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시더라. 거기에 수익금으로 해외 아이들에게 학교도 지으니 작품을 사면서도 뿌듯해하시더라. 그래서 이걸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봐야겠다 싶어서 제가 기획안을 만들어 방송국에 내 보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 보면,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좋지만 객석의 리액션으로 무대가 완성되지 않나. 경매할 때에도 리액션도 담으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미술 시장으로 시청률이 되겠냐'는 반응을 얻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1인 미디어 시대가 됐고, 그래서 제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경매쇼'를 하게 됐다. 작가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작품을 경매에 올리고, 댓글 반응 등을 소개한다. 코로나 때 오프라인 판매 루트가 차단되어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어떻게 보면 작가들에겐 제 채널이 돌파구였다. 그래서 열심히 했던 거 같다. 처음엔 12명 들어오다가 120명까지 들어오더라. 그러다 보니 소개되는 작품도 5, 6개인데 다 팔렸다. 온라인뿐 아니라 요즘은 오프라인 행사도 기획 중이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아트경기'라는 경기도 작가 미술 활성화 프로그램을 하더라. 그래서 4년째 그 일도 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아트경기 행사를 모아서 잔치를 벌여볼 계획도 갖고 있다.
▲ 미술 경매를 많이 하니 주변에 '어떤 그림에 투자해야 하냐'는 질문 많이 듣지 않나.
투기로 가면 안 된다. 혹으로 보인다. 주식은 숫자인데, 그림은 내가 보고 즐기지 않나. 좋은 작품은 사놓으면 마이너스가 나 봐야 30% 정도다. 저는 그런 마음으로 사라고 한다. 60~70% 건져도 성공이라고 한다. 팔릴 수 있는 걸 사되, 30% 정도는 감상료를 내고 팔 수 있는 걸 사라고 한다. 그러다 오르면 감사한 거다. 자꾸 이걸 투자 관점으로 가면 안 된다. 사람이 찾는 작가는 가격이 오른다. 사람이 그리는 거엔 한계가 있으니까. ▲ 연기를 오랫동안 해왔고, 음반도 발표하고, 사진 작가 이력도 있더라. 여기에 갤러리 대표직까지 있는데 본업은 무엇일까.
본업을 수입으로 따진다면, 갤러리가 배우 수입을 넘어섰다. 갤러리를 시작할 땐 생각도 못 했던 수입이 자리를 잡고, 미술 시장이 커지면서 생기게 됐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생각 못했는데, 문 열면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림을 사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돌풍을 지나 숨 고르기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다. 저평가 작가들, 아직 덜 알려진 훌륭한 작가들을 멋있게 전시하면서 좋은 시장이 왔을 때를 준비하고 있다.
▲ 지금은 그림을 그리는 연예인들도 늘어났지만,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미술 전공자가 아니었고, 다른 업을 하다가 시작한 일이기에 주변의 견제나 반응도 녹록지 않았을 듯하다.
처음엔 '쟤가 언제까지 하나' 두고 보셨던 거 같다. 갤러리는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20년 넘게 미술을 공부해오고, 그러면서 미술계 관계자들도 인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감사하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개인전을 하는 후배 배우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저는 연예인 작가는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미술의 대중화에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박기웅 작가를 소개받아 공동 기획으로 아트조선에서 전시회를 하게 된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검증받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 본다. 저도 검증받기 오래 걸렸다. 저도 아트테이너지만, 아트테이너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기 있다고 전시회를 하기보다는 내실을 단단하게 해서 작가로서 오랫동안 할 수 있길 바란다. 누군가 내 작품을 사주는 건 책임감을 가져가야 할 일이다. 스스로도 계속 훈련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오면 인정받는 작가가 된다.
▲ 직접 그려볼까 하는 생각은 안 했을까.
그런 생각도 했는데, 열심히 한 분들이 너무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전업 작가로 일하는 분들. 아트테이너는 인기 있다고 그림을 그린다는 편견에 힘들 수 있지만, 전업 작가들은 그들을 보며 상실감이 올 수도 있다. 그런 부분들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싶더라. 인기에 의해서 하지 말고.
▲ 미술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특히 현대미술과 신인 작가에 집중하고 있다.
중장년 작가 중에서 아직 '왜 안 떴지' 이런 작가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저도 50대이지만, 비슷한 연령의 작가들을 많이 찾는다. 젊은 청년 작가는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 오히려 이런 분들 지원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이분들은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분들이다. 재료, 보존성 등을 다 연구했을 테고, 완성도의 깊이감이 있다. 그런 작가님 작품 선별하려 한다. 저희 전속 작가 중 양종용 작가, 우종택 작가 같은 분들도 그렇게 계약을 맺었다. 하나의 길만 열어주면, 물꼬만 터 주면 길을 따라 잘 가실 분들인데 하시는 분들이 있다. 지금 개인전을 하는 김성룡 작가도 내공이 대단하셔서 해외에도 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 선호하는 화풍이 있나?
저는 유니크한 작품을 찾는다. 다른 나라 아트페어에 가도 피카소, 모네 이런 그림만 걸려있고, 신선함이 떨어지더라. 미래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도 갤러리스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화가들도 널리 알리고 싶다. 해외 유수의 관장님들과 관계를 맺어 해외에 소개해드리고 싶다. K-콘텐츠라고 해서 음악, 음식, 드라마 다양한 영역이 사랑받고 있는데, 미술은 다른 것에 비해 소비가 덜 된 거 같다. 해외 작품과 비슷하면 '이게 뭐가 달라' 한다. 한국적인 재료로 세계적인 눈높이를 맞추는 작품을 갖고 가야 하지 않겠다.
▲ 갤러리 접근성을 낮췄다는 평도 받는다.
사람들에게 편하게 보게끔 하는 게 제 역할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문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가 온라인 경매하면서 느낀 보람은 격식이 없다는 점이다. 옷을 예쁘게 안 입어도 되고.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문턱을 높게 생각했는데, 경매쇼 통해 좋은 작품 소개해주고 나 같은 사람도 살 수 있었기에 좋다'는 자영업자도 계셨다. 그렇게 그림을 사는 걸 시작하는 거다.
▲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힘든 건 없었나.
'저러다 말겠지' 이런 반응이었다. 그런데 10년 동안 교류하고 갤러리 운영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갖고 해외 시장을 공부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한방을 터트린다'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 색깔을 만들어야겠다 싶더라. 처음엔 중구난방이었다. 모르니까. 갤러리끼는 현재 경기도 파주와 서울 용산, 두 곳에서 운영 중이다. 파주는 조금 더 중견 이상의 무게 있고, 미술을 주도할 수 있는 작가들을 전시한다. 용산에서는 힙하면서 재밌는 전시를 하고. 그러면서 배운 것이 더 많다. 다양한 분도 오고, 그분들 통해 배우는 것들이 많다. 그림 하는 분들은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더라.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몰랐던 삶의 지혜도 배우게 되고, 몰랐던 경제 상식도 알게 되고. 작품 배송까지 저희가 해 드리는데, 걸어주러 가면 '이렇게 공간을 꾸미는구나' 하면서 배우는 거다. 그래서 저도 이제 인테리어, 설계 이런 공간 구성 능력이 좋아졌다.
▲ 앞으로 갤러리 대표로서 목표가 있을까.
앞으로는 온라인 콘텐츠의 확장이다. 그래서 경매쇼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품목으로 준비했다. 갤러리도 보다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고,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작가들에 대한 지원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제가 잘하는 게 영상 아카이브다. 제가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작품 도록을 영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지구 반대편까지 알리고 싶다.(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배우 이광기가 아닌 갤러리 대표로서 그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갤러리끼에서 마주했다. 개인적인 아픔을 미술과 봉사활동으로 극복하던 이 대표는 "아이티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를 세워주기 위해 자선 경매를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갤러리까지 오게 됐다"며 "갤러리가 자리를 잡으면서 방송 수입을 넘어서기도 해 본업이 바뀐 셈"이라며 웃었다.
전속 작가 계약을 맺고, 이들이 작품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를 하는 업무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이 대표는 "신진 작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홍보"라며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홍보하며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갤러리끼에서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는 화가 김성룡도 관리 작가 중 한 명이다.
최근 미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대표에게도 "어떤 작품을 사야 하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2022년 KBS 2TV '자본주의학교'에서 "15년 전 100만원에 구입한 판화가 80배 수익을 걷었다"고 밝혀 화제가 됐던 이 대표는 "미술을 투자로만 접근하면 혹이 된다"며 "내가 보기에 좋고, 나중에 70% 정도의 가격에 다시 팔릴 수 있으면 된다는 정도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 올해 3월 종영한 KBS 2TV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는 배우 이광기였는데, 이젠 갤러리 대표 이광기다.
얼마 전까지 드라마 때문에 워낙 바빴다. 연기를 안 해도 방송은 계속하고 있다. KBS 1TV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고, MBN '스타유전자엑스파일' 하고 있다. 아직 방송은 안 됐는데 7월 초에 유튜브를 통해 김구라와 함께 당구를 치는 '당구라'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 이렇게 바쁜데 갤러리는 어떻게 운영하나?
2000년부터 미술 컬렉션을 시작했고, 2009년 모두가 아는 아픈 가족사를 겪고, 2010년부터 취미로 젊은 작가들 작품 보는 게 힐링과 기쁨이 됐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아이티 지진에 다녀오고, 한 아이를 만나고, 그 아이를 보며 우리 아이의 체온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학교를 지어주고 싶더라. 그런데 젊은 작가들이 '우리도 돕겠다' 나서서 '아이티를 위한 자선경매'를 시작했고, 그 후 매년 경매를 진행하게 됐다. 그게 10년이 넘어가면서 자선미술경매 수익금으로 아이티에 학교가 3개나 지어졌다. 경매를 위한 작품 셀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 업계에서 사랑받을 작품들, 앞으로 주목받을 작가들을 찾게 됐고, '10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저에게 물어보는 사람도 늘어나고, 공간도 서울옥션, 케이옥션을 빌리다가 공간도 저만의 공간을 찾게 됐다.
▲ 전시 공간이 상당하다.
2014년 이 땅을 매입했고, 2018년에야 완공했다. 그땐 돈이 없어서, 작품 활동 열심히 해서 지었다. 지금도 은행과 공동 명의다.(웃음) 그렇게 하다 보니 전시 작가들을 어떻게 프로모션을 할까, 홍보를 극대화할까 고민하게 되더라. 아무래도 대중 예술 쪽에 있다 보니 순수 미술을 엔터테인먼트화해서 선보이면 좋겠다 싶었다.
▲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시더라.
10년간 자선 미술 경매를 통해 판매했는데, 사람들이 표정을 보면 너무 행복해한다. 구매자들은 좋은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가져가고, 작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시더라. 거기에 수익금으로 해외 아이들에게 학교도 지으니 작품을 사면서도 뿌듯해하시더라. 그래서 이걸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봐야겠다 싶어서 제가 기획안을 만들어 방송국에 내 보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 보면,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좋지만 객석의 리액션으로 무대가 완성되지 않나. 경매할 때에도 리액션도 담으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미술 시장으로 시청률이 되겠냐'는 반응을 얻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1인 미디어 시대가 됐고, 그래서 제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경매쇼'를 하게 됐다. 작가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작품을 경매에 올리고, 댓글 반응 등을 소개한다. 코로나 때 오프라인 판매 루트가 차단되어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어떻게 보면 작가들에겐 제 채널이 돌파구였다. 그래서 열심히 했던 거 같다. 처음엔 12명 들어오다가 120명까지 들어오더라. 그러다 보니 소개되는 작품도 5, 6개인데 다 팔렸다. 온라인뿐 아니라 요즘은 오프라인 행사도 기획 중이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아트경기'라는 경기도 작가 미술 활성화 프로그램을 하더라. 그래서 4년째 그 일도 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아트경기 행사를 모아서 잔치를 벌여볼 계획도 갖고 있다.
▲ 미술 경매를 많이 하니 주변에 '어떤 그림에 투자해야 하냐'는 질문 많이 듣지 않나.
투기로 가면 안 된다. 혹으로 보인다. 주식은 숫자인데, 그림은 내가 보고 즐기지 않나. 좋은 작품은 사놓으면 마이너스가 나 봐야 30% 정도다. 저는 그런 마음으로 사라고 한다. 60~70% 건져도 성공이라고 한다. 팔릴 수 있는 걸 사되, 30% 정도는 감상료를 내고 팔 수 있는 걸 사라고 한다. 그러다 오르면 감사한 거다. 자꾸 이걸 투자 관점으로 가면 안 된다. 사람이 찾는 작가는 가격이 오른다. 사람이 그리는 거엔 한계가 있으니까. ▲ 연기를 오랫동안 해왔고, 음반도 발표하고, 사진 작가 이력도 있더라. 여기에 갤러리 대표직까지 있는데 본업은 무엇일까.
본업을 수입으로 따진다면, 갤러리가 배우 수입을 넘어섰다. 갤러리를 시작할 땐 생각도 못 했던 수입이 자리를 잡고, 미술 시장이 커지면서 생기게 됐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생각 못했는데, 문 열면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림을 사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돌풍을 지나 숨 고르기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다. 저평가 작가들, 아직 덜 알려진 훌륭한 작가들을 멋있게 전시하면서 좋은 시장이 왔을 때를 준비하고 있다.
▲ 지금은 그림을 그리는 연예인들도 늘어났지만,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미술 전공자가 아니었고, 다른 업을 하다가 시작한 일이기에 주변의 견제나 반응도 녹록지 않았을 듯하다.
처음엔 '쟤가 언제까지 하나' 두고 보셨던 거 같다. 갤러리는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20년 넘게 미술을 공부해오고, 그러면서 미술계 관계자들도 인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감사하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개인전을 하는 후배 배우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저는 연예인 작가는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미술의 대중화에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박기웅 작가를 소개받아 공동 기획으로 아트조선에서 전시회를 하게 된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검증받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 본다. 저도 검증받기 오래 걸렸다. 저도 아트테이너지만, 아트테이너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기 있다고 전시회를 하기보다는 내실을 단단하게 해서 작가로서 오랫동안 할 수 있길 바란다. 누군가 내 작품을 사주는 건 책임감을 가져가야 할 일이다. 스스로도 계속 훈련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오면 인정받는 작가가 된다.
▲ 직접 그려볼까 하는 생각은 안 했을까.
그런 생각도 했는데, 열심히 한 분들이 너무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전업 작가로 일하는 분들. 아트테이너는 인기 있다고 그림을 그린다는 편견에 힘들 수 있지만, 전업 작가들은 그들을 보며 상실감이 올 수도 있다. 그런 부분들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싶더라. 인기에 의해서 하지 말고.
▲ 미술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특히 현대미술과 신인 작가에 집중하고 있다.
중장년 작가 중에서 아직 '왜 안 떴지' 이런 작가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저도 50대이지만, 비슷한 연령의 작가들을 많이 찾는다. 젊은 청년 작가는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 오히려 이런 분들 지원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이분들은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분들이다. 재료, 보존성 등을 다 연구했을 테고, 완성도의 깊이감이 있다. 그런 작가님 작품 선별하려 한다. 저희 전속 작가 중 양종용 작가, 우종택 작가 같은 분들도 그렇게 계약을 맺었다. 하나의 길만 열어주면, 물꼬만 터 주면 길을 따라 잘 가실 분들인데 하시는 분들이 있다. 지금 개인전을 하는 김성룡 작가도 내공이 대단하셔서 해외에도 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 선호하는 화풍이 있나?
저는 유니크한 작품을 찾는다. 다른 나라 아트페어에 가도 피카소, 모네 이런 그림만 걸려있고, 신선함이 떨어지더라. 미래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도 갤러리스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화가들도 널리 알리고 싶다. 해외 유수의 관장님들과 관계를 맺어 해외에 소개해드리고 싶다. K-콘텐츠라고 해서 음악, 음식, 드라마 다양한 영역이 사랑받고 있는데, 미술은 다른 것에 비해 소비가 덜 된 거 같다. 해외 작품과 비슷하면 '이게 뭐가 달라' 한다. 한국적인 재료로 세계적인 눈높이를 맞추는 작품을 갖고 가야 하지 않겠다.
▲ 갤러리 접근성을 낮췄다는 평도 받는다.
사람들에게 편하게 보게끔 하는 게 제 역할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문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가 온라인 경매하면서 느낀 보람은 격식이 없다는 점이다. 옷을 예쁘게 안 입어도 되고.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문턱을 높게 생각했는데, 경매쇼 통해 좋은 작품 소개해주고 나 같은 사람도 살 수 있었기에 좋다'는 자영업자도 계셨다. 그렇게 그림을 사는 걸 시작하는 거다.
▲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힘든 건 없었나.
'저러다 말겠지' 이런 반응이었다. 그런데 10년 동안 교류하고 갤러리 운영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갖고 해외 시장을 공부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한방을 터트린다'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 색깔을 만들어야겠다 싶더라. 처음엔 중구난방이었다. 모르니까. 갤러리끼는 현재 경기도 파주와 서울 용산, 두 곳에서 운영 중이다. 파주는 조금 더 중견 이상의 무게 있고, 미술을 주도할 수 있는 작가들을 전시한다. 용산에서는 힙하면서 재밌는 전시를 하고. 그러면서 배운 것이 더 많다. 다양한 분도 오고, 그분들 통해 배우는 것들이 많다. 그림 하는 분들은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더라.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몰랐던 삶의 지혜도 배우게 되고, 몰랐던 경제 상식도 알게 되고. 작품 배송까지 저희가 해 드리는데, 걸어주러 가면 '이렇게 공간을 꾸미는구나' 하면서 배우는 거다. 그래서 저도 이제 인테리어, 설계 이런 공간 구성 능력이 좋아졌다.
▲ 앞으로 갤러리 대표로서 목표가 있을까.
앞으로는 온라인 콘텐츠의 확장이다. 그래서 경매쇼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품목으로 준비했다. 갤러리도 보다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고,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작가들에 대한 지원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제가 잘하는 게 영상 아카이브다. 제가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작품 도록을 영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지구 반대편까지 알리고 싶다.(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