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앞둔 반지하 골목 불안감…"어떻게 대비할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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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일가족 3명 숨진 다세대주택 주민 "바뀌는 게 없다"
물막이판 설치율 61%라는데…장안동 반지하촌은 18곳 중 1곳만 "이제 오지 마. 와봤자 바뀌는 것도 없는데."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에서 만난 주민 A(57)씨는 진저리를 쳤다.
이 다세대주택은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반지하가 물에 잠겨 일가족 3명이 숨진 곳이다.
여전히 이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A씨는 사고 이후 정치인, 공무원, 기자를 숱하게 봐왔지만 그저 사진을 위한 방문이었을 뿐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해를 겪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이곳 다세대주택에 있는 반지하방 2곳을 따라 설치된 창문 9개 중 물막이판이 설치된 창문은 하나도 없었다.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올여름 장마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보였다.
2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반지하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가 났던 방은 서울주택공사(SH)가 사들였고, 다른 방에 살던 주민은 금천구로 터전을 옮겼다.
일부 개선된 점도 눈에 띄었다.
이 다세대주택 입구와 지하 주차장 입구에는 물막이판이 설치됐고 담배꽁초 몇 개비만 보일 만큼 빗물받이도 정비됐다.
사고 당시 반지하방 창틀이 완전히 잠길 정도로 물이 차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물막이판 높이가 40㎝ 정도로 낮은 점은 여전히 문제였다.
20일 오후 방문한 동대문구 장안동의 다세대주택가도 장마 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었다.
100m 넘는 골목을 따라 난 반지하방 창문 18개 중 물막이판이 설치된 창문은 1개에 불과했다.
반지하방 창문에 설치된 방범창은 대부분 고정형이었다.
고정형 방범창은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탈출의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건물 안에서 여닫을 수 있게 만든 개폐식 방범창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골목에서는 이런 유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 그래도 좁은 골목길은 주차된 차량으로 더 협소해졌다.
성인 남성 두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장마 기간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구급차가 오가기 어려워 보였다.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막혀 있는 빗물받이도 있었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장안동 반지하방 주민 홍모(73)씨는 "요즘 비는 소나기처럼 단기간에 강하게 내리더라"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동생과 조카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성북구 장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28)씨는 "반지하로 이사 오고 처음 맞는 장마철이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방이 물에 잠기면 어떻게 할지 감도 안 온다"고 우려했다.
행정당국은 올해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물막이판을 보급하고 빗물펌프장에 양수기를 배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한 2만4천842가구 가운데 물막이판과 역류방지밸브 등을 설치 완료한 곳은 1만5천217가구(61.3%)다.
나머지 9천625가구(38.7%)는 설치 반대, 거주자 부재, 지형 문제 등으로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지 못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침수방지시설 설치율을 넘어 건물 구조와 지형에 맞는 설계를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물이 들어가는 경로와 높이가 다른 만큼 물막이판을 획일적으로 설치하면 안 된다"며 "하천 제방을 높이고, 하수 관로를 뚫고, 빗물펌프장을 만드는 것도 침수 방지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물막이판 설치율 61%라는데…장안동 반지하촌은 18곳 중 1곳만 "이제 오지 마. 와봤자 바뀌는 것도 없는데."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에서 만난 주민 A(57)씨는 진저리를 쳤다.
이 다세대주택은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반지하가 물에 잠겨 일가족 3명이 숨진 곳이다.
여전히 이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A씨는 사고 이후 정치인, 공무원, 기자를 숱하게 봐왔지만 그저 사진을 위한 방문이었을 뿐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해를 겪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이곳 다세대주택에 있는 반지하방 2곳을 따라 설치된 창문 9개 중 물막이판이 설치된 창문은 하나도 없었다.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올여름 장마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보였다.
2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반지하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가 났던 방은 서울주택공사(SH)가 사들였고, 다른 방에 살던 주민은 금천구로 터전을 옮겼다.
일부 개선된 점도 눈에 띄었다.
이 다세대주택 입구와 지하 주차장 입구에는 물막이판이 설치됐고 담배꽁초 몇 개비만 보일 만큼 빗물받이도 정비됐다.
사고 당시 반지하방 창틀이 완전히 잠길 정도로 물이 차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물막이판 높이가 40㎝ 정도로 낮은 점은 여전히 문제였다.
20일 오후 방문한 동대문구 장안동의 다세대주택가도 장마 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었다.
100m 넘는 골목을 따라 난 반지하방 창문 18개 중 물막이판이 설치된 창문은 1개에 불과했다.
반지하방 창문에 설치된 방범창은 대부분 고정형이었다.
고정형 방범창은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탈출의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건물 안에서 여닫을 수 있게 만든 개폐식 방범창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골목에서는 이런 유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 그래도 좁은 골목길은 주차된 차량으로 더 협소해졌다.
성인 남성 두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장마 기간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구급차가 오가기 어려워 보였다.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막혀 있는 빗물받이도 있었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장안동 반지하방 주민 홍모(73)씨는 "요즘 비는 소나기처럼 단기간에 강하게 내리더라"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동생과 조카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성북구 장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28)씨는 "반지하로 이사 오고 처음 맞는 장마철이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방이 물에 잠기면 어떻게 할지 감도 안 온다"고 우려했다.
행정당국은 올해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물막이판을 보급하고 빗물펌프장에 양수기를 배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한 2만4천842가구 가운데 물막이판과 역류방지밸브 등을 설치 완료한 곳은 1만5천217가구(61.3%)다.
나머지 9천625가구(38.7%)는 설치 반대, 거주자 부재, 지형 문제 등으로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지 못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침수방지시설 설치율을 넘어 건물 구조와 지형에 맞는 설계를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물이 들어가는 경로와 높이가 다른 만큼 물막이판을 획일적으로 설치하면 안 된다"며 "하천 제방을 높이고, 하수 관로를 뚫고, 빗물펌프장을 만드는 것도 침수 방지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