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이화학당장이 미국 고향에 보낸 편지 "학생들이 매우 똑똑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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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 '여자대학' 만든 선교사의 편지 모음집
<정동의 봄>
이화학당에 대학과 만든 프라이
정동에서 목격한 격동의 근현대사
조선의 고난과 희망을 기록
<정동의 봄>
이화학당에 대학과 만든 프라이
정동에서 목격한 격동의 근현대사
조선의 고난과 희망을 기록
![구한말 이화학당장이 미국 고향에 보낸 편지 "학생들이 매우 똑똑해"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084135.1.jpg)
1893년 9월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일본 요코하마로 향하는 차이나호 선상에는 스물다섯 살의 젊은 미국인 여성이 타고 있었다. 불과 1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선교사가 된 룰루 프라이(1868~1921)였다. 한달 가까이를 항해해 조선에 도착한 프라이는 조선 최초의 여학교 이화학당의 교사로 일하며 학생들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다.
<정동의 봄>은 프라이가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가는 선상에서 아버지에게 쓴 첫 편지로 시작해 그가 사망한 1921년까지 어머니와 동생 조지아를 포함한 친지들에게 쓴 140여 통의 편지와 일기 등을 엮은 책이다. 편지는 앞서 1970년 프라이의 조카이자 조지아의 큰딸인 마이라 브래들리 부인에 의해 이화여대에 기증됐다.
1907년 이화학당의 학당장이 된 프라이는 학교 편제를 초·중·고등과 각 4년으로 개편했다. 이어 여성 고등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그는 1910년 대학과를 신설했다. 여성을 위한 대학은 조선에선 시기상조란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념을 굽히지 않은 결과였다.
![구한말 이화학당장이 미국 고향에 보낸 편지 "학생들이 매우 똑똑해"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084134.1.jpg)
편지에 담긴 또 다른 흥미로운 내용은 역사적 사건들이다. 프라이는 덕수궁과 담을 맞댄 정동의 이화학당에서 근무하며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 그는 제3자의 시선에서 청일전쟁과 을미사변, 러일전쟁, 을사늑약 등 잇따른 사건을 기록하며 "조선의 생활에 단조로운 것은 전혀 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가 주고받은 서신 중에는 훗날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이승만과 독립운동가 서재필 등과 활발히 교류한 내용이 담긴 것들도 있다.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 어쩌면 가장 역사적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프라이가 남긴 편지들은 평범한 한 여성 선교사의 삶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한국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준 한 비범한 여성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프라이의 편지와 일기에 담긴 조선 말의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의 기록은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