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나마 전통 예술에 기여하는 삶 삶겠다" 포부
대사습놀이 판소리장원 김예진씨 "늦었지만 스승 뜻 이뤄 기뻐"
"지난해 작고한 선생님의 소리를 잘 전승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3일 한국전통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50회 전주대사습놀이에서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차지한 김예진(40)씨는 영광을 스승인 이일주 선생에게 돌렸다.

김 씨는 이날 춘향가 중 어사가 된 이몽룡이 거지처럼 변장하고 옥에 갇힌 춘향을 보러 가는 장면을 극적으로 노래한 '초경이경' 대목을 불러 대통령상과 함께 상금 7천만원을 거머쥐었다.

김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KBS 전국 어린이 판소리 경연대회에서 소리를 뽐내던 지인을 보고 "나도 소리를 배우고 싶다"며 어머니를 졸랐다.

그렇게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간 도립국악원에서 첫 번째 스승인 이일주 선생을 만났다.

김 씨는 "스승님은 소리를 사랑하는 만큼 전주대사습놀이에 자부심이 강한 분이셨다"며 "꼭 대통령상을 받으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이제야 지켰다"며 스승을 떠올렸다.

5년 전 처음 전주대사습놀이에 도전한 김 씨는 지난해에도 본선에 올랐다.

하지만 본선 대회 당일 이일주 선생이 세상을 뜨면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김 씨는 "올해는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심사위원분들 바로 앞에서 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은데, 대범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사습놀이 판소리장원 김예진씨 "늦었지만 스승 뜻 이뤄 기뻐"
김 씨는 현재 국립 전통예술중학교와 고등학교 등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동초제 흥보가'를 분석한 악보집을 펴내는 등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흥보가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의 열정을 전승하고 싶은 마음에 악보집을 냈다"며 "소리가 힘들 때면 연구했고 연구하다 지칠 때면 다시 소리를 하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그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음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만지며 소리를 내고, 연구를 통해 판소리의 지평을 넓혀가는 게 목표다.

김 씨는 "학자로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여느 소리꾼이 그렇듯 저 역시 제가 내는 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느낀 적이 손에 꼽는다"며 "앞으로 학자로서도 소리꾼으로서도 열심히 해서 전통 예술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