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이 수소버스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1회 충전으로 635㎞를 주행하는 등 전기버스보다 효율이 높아 장거리 통근용에 적합해서다. 수소 생태계 구축이라는 측면을 감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버스 등 수소 모빌리티 확대는 전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첫 번째 단추로 꼽힌다.수소버스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SK그룹이다. SK E&S는 최근 인천에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플랜트(연 3만t)를 준공하고 곧 액화수소 충전소를 전국 2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와 협력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통근용 수소버스 수를 늘리고 향후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SK E&S의 목표다.26일 SK그룹에 따르면 SK실트론이 경북 구미공장에서 운영 중인 통근버스를 수소버스로 대체하기로 했다. 상반기 시범 운행 후 추가 배치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현대차 수소버스인 유니버스 세 대를 통근용으로 도입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22일 유니버스 두 대를 경기 평택캠퍼스 통근용으로 투입했고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북 전주공장의 수소 통근버스를 세 대에서 여덟 대로 확대하고 연내 10대를 추가로 들일 방침이다. 포스코와 포스코이앤씨도 통근용 수소버스를 운영하고 있다.기업들이 기존 디젤버스의 대안으로 수소버스를 늘리는 이유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방침에 따라서다. 가장 강력한 탈탄소 규제 원칙인 스코프3엔 직원 출퇴근, 출장, 유통, 배송에 따른 간접적 온실가스 배출량도 포함돼 있다.이런 이유로 정부는 수소 모빌리티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2040년까지 약 300만 대의 수소연료전기차(FCEV)를 도로 위에 운행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과 화물차 등에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하겠다는 것인데 최근 중국산 저가 전기버스의 공세로 이 같은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올해 1분기 신규 등록된 전기버스 중 43.7%가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 배터리보다 20%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국 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산 수소차는 글로벌 점유율 1% 미만으로 아직 시장 침투율이 낮다.유니버스의 실제 구매 가격(출고가에서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뺀 금액)은 약 2억원으로 국산 전기버스인 일렉시티(약 1억5000만원)보다 비싸지만 연료 효율이 높고 차체가 높아 적재량이 많아 중국산 전기버스의 대안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약 650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기후 투자’에 향후 6년간 250억달러(약 33조원) 규모의 자금을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연기금이 이 같은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례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에 냉랭하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심리가 반전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작년 하반기만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던 국내 ESG 관련 펀드들에 자금 유입이 늘고 연초 대비 수익률도 최대 18% 가까이 치솟을 정도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플러스로 돌아선 ESG 투자26일 코스콤에 따르면 국내 ESG종합 상장지수펀드(ETF) 13종이 지난 한 달간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인 ‘SOL 미국S&P500ESG’는 연초 대비 17.72% 상승했다. ‘KODEX 200ESG’도 8.27% 올랐다.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사회책임투자(SRI), 주식형·채권형 ESG 펀드 모두 누적수익률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작년 하반기 이들 펀드는 대체로 수익률이 저조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ETF 13종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ESG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기술주 비중이 높았던 영향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기술주가 하락하면서 수익률도 저조했다. 그린워싱 논란도 하락세에 불을 지폈다. 미국에선 술·담배·도박 등 죄악주에 투자하는 ‘반(反)ESG 펀드’에 자금이 몰릴 정도였다. 글로벌 ‘큰손’들 본격 참전올 들어선 상황이 180도 바뀌고 있다. 미국 내 ESG종합 ETF에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ESG 관련 ETF인 ESGV와 ESGG에 지난 5개월간 각각 약 4300억원, 210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주목할 만한 변화는 글로벌 연기금의 행보다. 피터 캐션 캘퍼스 지속가능투자책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탈탄소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경제 변화에 따른 투자 기회”라며 “초과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33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영국의 연구기관 크리에이트리서치가 지난해 12월 전 세계 158개 연기금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기금은 “ESG 성과 부진은 일시적인 후퇴일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ESG 투자 전략 추구엔 변함이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작년 12월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300억달러(약 39조원) 규모의 기후 펀드 ‘알테라’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블랙록, 브룩필드, TPG 등이 파트너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대형주 중심 포트폴리오로는 한계”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클린 테크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려면 보험사들이 언제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전기가 산업화의 흐름을 완전히 바꾼 1900년대 초에도 보험사들이 투자심리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국내 연기금의 행보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ESG 펀드 대다수가 시가총액이 높은 우량주 위주로 구성돼 있어 이 같은 글로벌 ESG 투자업계의 변화를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라며 “국민연금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따라 투자심리가 좌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사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능력과 성과에 따른 인사’다. 성별, 학벌, 지연 등을 배제하라는 것이 인사에 관한 구 회장의 제1의 주문이다. 이 같은 원칙은 그룹 내 여성 임원 비율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LG그룹은 30대 그룹 중 전문 경영인에 여성 대표를 가장 많이 기용했고, 여성 사내이사 비율도 국내 6대 그룹 중 가장 높다.26일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그룹 전 계열사 298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LG그룹의 여성 사내이사 비율은 11.1%에 달했다. 사내이사 27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 박애리 HS애드(옛 지투알) 대표,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 여명희 전무 등이다. 삼성전자(4.2%), SK그룹(3.6%)도 여성 사내이사 수가 3명으로 LG그룹과 같았는데, 전체 인원수와 비교하면 LG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LG그룹이 올해 12명(31.6%)을 기록해 SK그룹(35.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 삼성(27.4%), 롯데(24.2%), 현대자동차(23.6%), 포스코(13.6%) 순으로 조사됐다. 여성 임원 등용 문턱을 낮춘 덕분에 구 회장 취임 첫해인 2018년 2.9%(29명)에 불과하던 여성 임원 수는 올해 6.5%(61명)로 2배 넘게 증가했다.LG 관계자는 “실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여성 인재를 기용해 리더십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성별, 출신과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는 경영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