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6일 자위대가 일본 내 최대 규모의 화력 훈련을 벌이고 중국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주변 해상 순찰을 지속했다.

中日 정상 만남 앞뒀는데…日 화력훈련, 中은 센카쿠 주변 항해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육상자위대는 이날 낮 시즈오카(靜岡)현 히가시후지(東富士) 연습장에서 일본 내 최대 규모 실탄 사격 훈련인 '후지종합화력연습'을 실시했다.

전차, 화포 등이 훈련에 참여했고 자위대가 보유한 오스프리 수송기와 대전차 헬리콥터, 정찰용 드론도 등장했다.

자위대에 따르면 이날 연습에는 자위대원 약 2천100명이 참여했고 사용된 탄약류는 47.8t으로 금액으로는 5억6천만엔(약 49억원)에 달했다.

이번 훈련은 일본 정부가 중국의 해양 진출을 염두에 두고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난세이 제도 방위력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작년에 이어 도서부에 침공하는 적을 맞아 싸우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산케이신문은 "도서부 방위에 대한 대응력을 어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후지종합화력연습은 원래 자위대원 교육 기관인 후지학교 교육프로그램으로 시작됐지만, 자위대 대내 홍보 및 대외 방위력 과시를 위한 행사로 변모해 한동안은 일반인에게 공개되다가 현재는 일반공개는 하지 않고 편집된 동영상을 배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센카쿠 열도 주변 일본 영해 밖 접속 수역에서는 중국 해경국 소속 배 4척이 항해하는 모습도 확인됐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해상보안청 순시선은 이들 선박을 상대로 영해에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했으며 중국 선박 4척 중 1척에는 기관포처럼 보이는 장비도 탑재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센카쿠 주변에서 중국 당국 선박이 확인된 것은 157일 연속이라고 전했다.

후지종합화력연습이 한참 전 예고됐고 중국 선박의 센카쿠 주변 항해도 지속돼왔다는 점에서 의도적 도발로 보긴 어렵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 서울 대면을 앞두고 나타난 이런 모습은 양국간 안보 긴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안보 측면 협력 강화 모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찍부터 제기돼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리 총리가 참석하는 이번 회의가 인적 교류, 지속 가능한 개발 등 6개 분야 협력 방침을 정리한 공동 문서의 발표를 목표로 한다며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과 일본이 안보 면에서는 중국과 선을 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북한 핵 개발과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보조를 맞췄지만, 이번에는 합의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8차 회의 이후 코로나 팬데믹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가 27일 서울에서 4년 5개월 만에 재개된다.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는 3국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6일 서울에 도착했으며 한중일 3국은 이날 양자 정상회의도 진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