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65명 시대에 누가 일을 하냐고? 고학력 고령인구가 [서평]
"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지난해 미국의 한 교수가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을 듣고 머리를 부여잡으며 이같이 말한 방송이 화제가 됐다. 그가 놀란 숫자는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 0.78명.

절망스럽게도 출산율은 최근 더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을 기록, 집계 이후 처음으로 0.7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낮은 수치다. 뉴욕타임스엔 "(한국의)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한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국내 대표 인구경제학자 중 한 명인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그의 첫 대중서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서 낮은 출산율이 상수가 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단한다. 특히 노동시장에 초점을 맞춰 인구감소가 어떤 사회·경제적 충격을 가져오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를 다룬다.

인구감소의 규모보다 우려되는 건 속도다. 통계청은 2067년 우리나라 인구가 35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도 급격하게 떨어진다. 현재 3674만명에서 채 50년도 지나지 않아 절반도 안되는 1658만명(2072년)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는 이같은 속도의 인구감소는 특정 인구 규모에 맞춰진 노동 시장을 비롯해 국가의 여러 시스템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가장 큰 불균형이 예상되는 분야는 의료 및 사회복지, 돌봄 서비스 부문이다. 저자는 이 분야들이 인구 고령화로 수요는 폭발하는데 인력 공급은 줄어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회복지서비스업은 오는 2031년까지 약 37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의료를 비롯한 보건업에선 13만 명 이상이 모자라다. 반면 인구가 줄어도 고령자나 아동에 대한 돌봄 및 의료 서비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0.65명 시대에 누가 일을 하냐고? 고학력 고령인구가 [서평]
일각에선 인구감소에 대비해 외국인력을 활용하자는 대책을 내놓지만, 저자는 그것이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필요 수준 이상의 숙련도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문화적 배경까지 갖춘 양질의 외국인력은 희소한 자원이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주변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유치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면서 외국인력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저자는 대신 고학력의 고령인구에 주목한다. 미래의 고령인구는 현재의 고령인구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다. 지금은 65세 이상 대졸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2072년엔 35~49세 대졸 경제활동인구 비중과 비슷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고학력의 고령인력이 노동시장의 새로운 주축 인력으로 자리잡으면서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단 설명이다.

교육과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노동생산성이 두 배로 높아지면 노동력이 절반으로 줄어도 실질적인 노동 투입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교육혁신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인재로 키울 수 있다면, 젊은 노동인구가 급감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단 설명이다. 새로운 기술이 사람의 신체적인 힘과 인지능력을 보완해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고, 자동화와 로봇,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하면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인구문제와 관련한 정부 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저출산 완화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매년 추락하는 합계출산율을 강조하며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이미 인구감소 국면에 접어든 현실에 어떻게 차분하게 대응할지 통찰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인구변화 대응 방안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주목할 만한 이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