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4일 근무, 25세 미만 출산에 300만원 지원 아이디어도
"근시안·차별적 정책" 비판…지난해 합계출산율 1.41명
여성 금요일 2시간 단축근무?…러시아서 저출산 대책 제안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 중인 러시아에서 여성의 금요일 근무 시간을 단축하거나 주 4일만 근무하도록 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 소속인 보리스 체르니쇼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부의장은 안톤 코탸코프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에게 여성의 임금을 유지하면서 금요일 근무를 2시간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체르니쇼프 부의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는 물론 국가·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기관·단체에 이러한 조치를 의무화하고 민간 기업에도 권고할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대부분 도맡아 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정책 아이디어다.

체르니쇼프 부의장은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하루 약 6시간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면 22조3천억루블(약 340조3천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여성의 근무 시간을 단축해도 평균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요일 근무 시간을 줄이면 여성이 주말에 휴식을 더 잘 취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면 국가 인구 통계 상황에도 긍정적 영향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셰르슈코프 러시아독립노조연맹(FNPR) 부위원장은 타스 통신에 "상당히 좋은 인도주의적 제안이지만 현재 러시아가 노동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또 "고용주 입장에서는 같은 임금으로 일을 더 하는 남성 고용을 선호하게 돼 여성에게 잠재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노동력이 보장되고 생산시설 자동화 등이 선행된 이후 이러한 인본주의적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는 여성의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논의되기도 했다.

모스크바시 인권국장 타티야나 포탸예바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결합하는 데 추가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며 이러한 방안을 제시했다.

러시아 구직서비스 슈퍼잡의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인의 26%가 여성 주4일 근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주 4일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은 응답자의 30%가 지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 노동시장연구소의 나탈리아 에밀리나 선임연구원은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성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 시간 단축 시 여성과 남성의 급여 차가 4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밀리나 연구원은 또 이러한 정책으로 여성이 가사를 맡아야 한다는 고전적 성역할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서구에서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 금요일 2시간 단축근무?…러시아서 저출산 대책 제안
레오니트 슬루츠키 대표를 비롯한 LDPR 의원들은 25세가 되기 전에 출산한 여성에게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20만루블(약 305만원)의 특별 출산 지원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 역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방안이지만 물질적이고 일회적인 지원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연방공산당 소속 니나 오스타니나 하원 가족보호·부성·모성·아동위원장은 뉴스.루에 출산 연령에 따른 지원을 문제삼으며 "모든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최근 수년 동안 이어지는 출산율 감소로 고심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러시아 통계청은 올해 1분기 출생아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2015년(1.78명)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는 러시아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말 1.41명으로 더 줄었다고 RBC는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6명, 2036년까지 1.8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예브게니 페도로프 하원 의원은 옛 소련 시절에 있었던 무자녀 세금을 재도입하는 것도 저출산 대책의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