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구호트럭 겨우 70여대 이동…11대 이상이 약탈
주둔 미군 없어 한계 뚜렷…"이스라엘 돕지 않으면 부두 작전은 실패"
가자지구 임시부두 완공…구호물자 전달까진 '산 넘어 산'
미국이 지난 17일 가자지구 해안에 임시부두를 완공하고 구호품 전달을 시작했지만, 구호품이 가자지구 구석구석에 도달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임시부두 개통 후 일주일간 가자지구 내 세계식량계획(WFP) 창고에 도착한 구호품은 트럭 70여대 분량에 불과했다.

트럭 11대는 WFP 창고로 향하던 도중 약탈을 당했다.

약탈이 발생한 뒤 이틀간은 구호품 운송이 아예 중단됐다.

이는 부두를 통해 하루 90대의 구호트럭을 내보내고 최종적으로는 150대까지 늘리겠다는 애초 계획에는 못 미치는 성과다.

미 국방부는 부두를 통한 인도적 지원이 팔레스타인인에게 거의 전달되지 못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이 문제는 부두 건설 계획이 나왔을 때부터 예상됐다.

우선 미국은 자국의 군대가 가자지구에 주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미군은 작전을 시작했지만 끝은 맺지 못하게 됐다.

미국은 1993년 소말리아에서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부두를 설치한 적이 있다.

미군 퇴역 소장인 폴 D.이튼에 따르면 당시 4개의 미 경보병 부대(약 2천명)는 구호품 통과를 돕기 위해 지상에 주둔했다.

구호품을 실은 배를 미군이 통제하는 부두로 데려온 후 물건을 트럭에 싣고, 트럭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군을 트럭에까지 태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자지구에는 미군이 없기 때문에 이런 수송 작전이 불가능하다.

한 군사 분석가는 "미군은 엔진은 있지만 바퀴가 없는 상태"라고 비유했다.

가자지구 임시부두 완공…구호물자 전달까진 '산 넘어 산'
또 가자지구에서는 주민들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구호품 약탈에 뛰어들고 있다.

기아 위기에서 부풀린 가격으로 돈을 벌려는 암시장 상인들도 약탈을 감행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와 미 당국자들은 경찰의 호위 없이 구호품을 물류센터로 전달하는 일이 극도로 어렵다고 전했다.

국제구호단체인 프로젝트 호프의 라비 토르베이 회장은 "부두를 마련하고 부두와 해안으로 물자를 운송하는 것이 하나의 일이라면, 가장 필요한 곳에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물류를 확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WFP는 지난 21일 이스라엘이 구호품의 안전한 분배를 보장하는 추가 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부두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FP는 이스라엘이 구호품 전달을 위한 '대체 경로'를 허가해주면 원조 교착 상태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21∼22일에는 기존 경로 대신 새로운 경로가 사용돼 구호품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고 WF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해상 작전은 육로 작전보다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두를 통해 하루 150대의 트럭을 보내더라도 가자 주민에게 필요한 양에는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구호활동가들에 따르면, 육상 국경을 통한 구호품 반입은 이스라엘군의 장시간 검사, 제한된 검사 운영 시간, 이스라엘인의 항의 시위 등으로 지체되고 있다.

미군 퇴역 장군인 조지프 보텔 전 중부사령관은 "가자에는 구호품 전달을 위한 확립된 프로세스와 구조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