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를 향한 열망…신간 '읽지 못하는 사람들'
독서율이 매년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다며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실 '읽기'라는 게 그리 만만한 능력은 아니다.

읽기는 진화사적으로 봤을 때 가장 최근에 발달한 능력이다.

지각, 언어처리, 주의력, 해독, 이해 등 당연하게 느껴지는 단계 하나만 누락되어도 읽기는 불가능해진다.

런던 퀸메리대 영문학과 교수인 매슈 루버리가 쓴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고도의 능력인 읽기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방대한 증언과 수기, 연구 문헌, 뇌과학과 인문학에 기반한 자료를 토대로 '읽기'의 비밀을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읽기는 말하기와 달리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 아니다.

읽기는 수많은 감정적·인지적·지각적·생리적 과정을 동기화하며 일어나는 "복잡한 행위"다.

저자는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읽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더구나 난독증, 실독증, 환각, 치매 같은 신경질환 탓에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읽기를 향한 열망…신간 '읽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이 읽기에 기울여온 '노력'까지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들이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려고 한 다양한 읽기 방식을 알면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읽기의 본질을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쳐 읽기, 쓰며 읽기, 다시 읽기 등 대안적 방식을 통해 '독자'로 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 노력에는 읽기에 대한 강한 '열망'이 담겨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이민을 떠나 새롭게 읽는 법을 배운 난독증 여성, 심한 주의산만 때문에 독서가 힘들어지자 책을 읽을 때 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은 소년 등의 이야기를 통해 읽기를 향한 인간의 열망을 읽어 내려간다.

저자는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읽기'의 의미와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있다면서 뇌는 단일하지 않고 다양하며 사람의 마음 역시 그렇다고 말한다.

"책에 얹힌 글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손가락으로 글자를 따라가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로 글자를 발음하면서 단어를 읊조리거나, 책 속의 그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저 책을 곁에 두는 것에 만족하기도 한다.

"
더퀘스트. 장혜인 옮김. 40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