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대 교수 "공급과 이용 통제않는 '의료 포퓰리즘'이 한국 의료 망쳐"
"의료계, 전공의 컨트롤 못 해…출구전략 없어 복귀 못할 것"
과잉된 의료 이용과 공급을 통제하지 않으면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집단사직 후 석달 넘게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왔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제2회 미디어 포럼을 열었다.

발표자인 박종훈 고려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한국은 저수가 정책이 유지되는 바람에 환자들이 의료 이용 가격에 대한 체감도가 많이 떨어져 있고, 의료 이용에 대한 환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존재한다"며 "의료 이용자와 공급자는 있지만 의료 이용의 통제 시스템은 없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적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북유럽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없지만 의료 이용도는 한국보다 낮은데, 의료 이용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의료 이용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 시스템은 의료 이용 수요가 아닌 '필요도'를 기반으로 수요와 공급을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의료가 문제라고 하지만 지방에는 의사만 없는 게 아니라 인구와 환자도 없고, 지방의료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도 굉장히 팽배하다"며 "100년 된 지방 명문의대 부속병원도 못 믿겠다며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상황에서 지방에 공공의대를 신설하겠다고 하는 것은, 마치 우리 동네에 공항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여기저기에 유령 공항을 만드는 심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가 10%를 넘어가는 순간 의료는 우리 사회에서 거대한 쟁점이 될 것"이라며 "공급과 이용을 통제하지 않는 '의료 포퓰리즘'이 한국 의료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의료계에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설득할 역량이 없다며 이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전공의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2020년에 의대생이었는데, 당시 의료계가 자신들을 투쟁의 전면에 내몰고 책임지지 않은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현재 이들을 컨트롤할 할 수 있는 힘은 의료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에서 보건복지부가 집단행동을 선동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이는 바람에 전공의 조직이 처음부터 와해됐다"며 "전공의들은 협상 창구가 없고, 병원 복귀를 위한 출구전략이 없어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전공의 컨트롤 못 해…출구전략 없어 복귀 못할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