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거래소의 상장기업을 위한 밸류업 가이드라인 최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 밸류업 공시가 시작될 예정이지만,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기존 운용 전략에 변화가 없다면서 법 개정을 비롯한 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김대연 기자입니다.

<기자>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를 쥔 자본시장 큰손들이 국내 주식 투자에 지갑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밸류업 수혜주를 중심으로 21조 원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6조 원 넘게 팔아치웠습니다.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중앙회 등 총 6곳의 기관투자자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아직 운용 전략에 변화를 줄 만큼 구체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6명의 CIO들은 1·2차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알맹이가 빠졌다며, 세법과 상법 개정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주주환원을 위해 노력한 기업에 법인세나 배당소득 부담을 줄여주는 세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허장 / 행정공제회 CIO: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추진력을 발휘하려면, 실질적으로 밸류업을 추진하는 기업이나 대주주에게 인센티브가 있어야 되잖아요. 자사주 소각에 대한 법인세 감면이라든지 기업이 움직일 수 있게 (정부가) 인센티브를 만들어줘야…기관들은 그러면 당연히 따라가죠.]

특히 기관투자자는 국민들이 잠시 맡겨둔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기업들의 공시나 밸류업 지수, 상장지수펀드(ETF) 등 단순히 뼈대만 보고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A 기관투자자 CIO: 세법 개정 사항들이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아직 검증되지도 않고 충분한 매력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적인 의사결정에 따라서 투자한다는 것은 저희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고…]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도 오는 31일 중장기자산배분안을 의결할 예정이지만, 당장 국내주식 비중을 늘리기보단 해외·대체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최근 3년간 국내주식 수익률은 0.21%로, 해외주식(11.96%)과 대체투자(11.39%) 실적을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가 가시화할 때까지 기존 포트폴리오를 고수하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밸류업 지원방안을 통해 국내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지만, 정작 큰손들은 법 개정만 기다리고 있어 서로 동상이몽을 꾸는 모양새입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영상편집: 노수경, CG: 박관우


김대연기자 bigkite@wowtv.co.kr
"법 개정 선행돼야 투자 가능"…속 타는 연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