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나이 '16세'…'찬반논쟁' 뜨겁다
중남미에서 혼인 적령을 18세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부모의 동의 등을 전제로 한 '조혼'을 여전히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중남미 주요국 의회에서 제공하는 입법정보시스템 상 입법현황을 살피면 남미 우루과이에서는 현재 상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최소 혼인 가능 연령을 상향하는 민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정안은 현재 16세 이상으로 돼 있는 혼인 적령을 18세 이상으로 올리는 게 골자다. 부모의 동의를 비롯한 정당한 사유로 판사가 허락할 경우에만 16세 이상 18세 미만의 결혼을 승인하는 예외 조항도 담겼다.

법안은 중도좌파 계열 '광역전선' 소속 의원들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해당 의원들은 "16세 이상으로 돼 있는 혼인 적령 규정은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폭력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빈곤의 대물림 등 미성년자의 삶에 미칠 수 있는 결과가 너무나 심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루과이 유니세프 관계자들은 최근 관련 소위원회에 출석해 개정안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이 법안은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의 권고를 고려할 때 조금 더 나아갈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부모 동의 여부와 관계 없이 혼인 적령을 18세로 설정하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만큼 16세 이상 18세 미만 혼인 가능 관련 예외 조항을 삭제하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의회에서 일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우파인 기예르모 도메네흐 상원 의원(카빌로 아비에르토 당 대표)은 "사람은 일정 연령(16세)이 되면 성적으로 성숙해지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건 인간의 본질에 모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혼에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동거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현지 일간지 라디아리오는 보도했다.

우루과이의 18세 미만 미성년자 혼인 사례는 2022년 22건, 지난해 24건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8세 미만 대상자는 거의 여성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또 다른 남미 국가인 페루에서는 14세였던 혼인 적령이 18세로 상향됐다.

원주민 조혼 관습을 반영했던 예전 조항은 미성년 여성에 대한 성인 남성의 성폭력 불처벌 통로로 악용됐고,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한 바 있다.

멕시코 역시 2019년 민법 개정을 통해 남성 16세·여성 14세였던 결혼 가능 연령을 18세로 변경했고, 칠레 역시 2022년에 18세 이상으로 못 박았다.

반면, 브라질의 경우엔 부모 동의 하에 16세 이상이면 결혼할 수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14세 이상도 법적으로 결혼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원주민 관행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현지 일간지 엘티엠포는 전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1억1천500만명의 미성년자가 혼인 신고를 했는데, 이중 20%가량인 2천300만명은 15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일부 동아시아 등과 함께 중남미에는 조혼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유니세프는 지적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