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기꺼이 협력"…대만 외교부 "예의 주시"
교황청 中대표부 설치 추진에 바짝 긴장하는 대만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은 교황청의 이인자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이 중국에 대표부 설치를 희망한다고 밝혀 파장을 낳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파롤린 국무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우리는 교황청과 함께 중국-교황청 관계의 지속적인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교황청은 양국 관계와 국제적 핫 이슈에 대해 깊은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전날 바티칸에서 열린 중국 가톨릭 관련 국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에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기를 희망해왔다"며 중국에 대표부를 설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오래전부터 중국 대표부 설치 필요성을 거론해 왔지만 교황청 이인자의 발언이라 무게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중국 상하이 교구장인 선빈 주교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본토 주교가 교황청의 공개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교황청이 중국 대표부 설치를 추진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해 속도를 내자 대만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요하는 중국의 압력으로 수교국이 17개국에 불과한 대만에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은 유럽 유일의 수교국이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황청과 중국 간의 상호 작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교황청이 중국 가톨릭 신자의 신앙의 자유와 권리 증진을 위해 중국에 대표를 파견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했음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외교부는 "중국은 1924년 이후 100년 동안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2018년 주교 임명과 관련한 잠정 협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며 "중국이 종교의 자유와 기본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모든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1951년 교황청이 대만을 정부로 인정한 것을 이유로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중국은 종교를 국가의 통제하에 두기 위해 주교 임명과 관련한 교황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공산당이 운영하는 가톨릭 애국단(CPCA)에서 자체적으로 주교를 임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 교회는 국가의 허가를 받지 못한 이른바 '지하교회'와, '지상교회'로 불리는 국가 공인 교회로 분열돼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래 양국의 관계 회복은 급물살을 탔다.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인사를 전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개인적인 서한을 주고받는 등 관계 개선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2018년에는 양국 관계의 오랜 걸림돌이었던 주교 임명안과 관련해 잠정 협정을 맺었다.

협정을 통해 교황청은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를 받아들이고 중국은 교황을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로 인정해 주교 임명과 관련한 최종 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2년 시한의 이 협정은 2020년 10월 갱신된 뒤 2022년 10월 2년 더 연장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