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상업용 항공기 75%는 평균나이 25년 이상…군용기는 더 오래돼
추락헬기 30년전 인도분…"제재 여파, 새 항공기 도입·부품 구매-유지보수 계약 길 막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서방 제재로 정상적인 유지보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이란의 항공기 운용 실태가 주목받고 있다.

이란의 상업용 항공기와 군용기 모두 노후된 상태에서 운항을 계속하면서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추락사 부른 노후 기체, 이란 현 상황 보여주는 상징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제재가 이란의 노후 헬기에 어떠한 혼란을 초래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불분명하지만 이란 항공기 상당수가 서방 제재로 구매할 수 없는 예비 부품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적 문제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의 이란연구소 설립자인 알리 안사리는 "이란 항공기들은 노후됐고, 계속 비행할 수 없어야 하는데 날지 못할 때까지 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항공기들은 이란 정권의 전체적인 상황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미국 등 서방의 잇단 제재로 경제난을 겪으며 항공 분야도 타격을 받고 지난 19일 노후 헬기 추락으로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하는 일까지 일어났다는 것이다.

"대통령 추락사 부른 노후 기체, 이란 현 상황 보여주는 상징물"
이란 항공기는 노후됐지만 서방에서 새 항공기를 도입하거나 부품 구매 및 유지보수 계약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글로벌 항공 분석 전문업체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이란 여객기의 평균 기령(항공기 나이)은 거의 28년으로 전 세계 평균의 2배를 넘는다.

국적 항공사인 이란항공은 거의 40년 된 에어버스 A300을 1대 운용하고 있는데 이 기종은 10여년 전 생산이 중단됐다.

이란 상업용 항공기의 75%는 평균 기령이 25년을 넘는다.

이란은 2015년 서방과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로 일부 제재가 해제되면서 미 보잉 및 유럽 에어버스로부터 200여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는 계약을 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이란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 계약도 없던 일이 됐다.

이란 군용기는 민간 항공기보다 더 노후됐다.

이란 공군은 1970년대에 주로 구매한 미국산 항공기, 옛 소련산 비행기 등을 운용하고 있다.

서방 정보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올해 이란에 첨단 Su-35 전투기를 공급하기 위한 비밀 협정을 진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지만 성사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이란군이 점점 더 구식이 되는 노후 장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문제는 공군에서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했다.

"대통령 추락사 부른 노후 기체, 이란 현 상황 보여주는 상징물"
라이시 대통령이 타고 가다 추락한 헬기는 1960년대 후반 개발된 미국산 벨 212 기종이다.

베트남전에도 투입된 기종으로, 현재 오스트리아 공군과 일본 해안경비대, 미국 소방서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란은 벨 212 기종 13대를 포함해 62대의 벨 헬기를 운용 중이다.

오픈소스 정보 분석가들은 이번 추락 헬기가 30년 전인 1994년 이란 공군에 인도된 것으로 파악했다.

FT는 이 헬기가 거의 30년 된 것이라고 전했다.

미 미시간대의 카를로스 세스닉 항공우주공학 교수는 "벨 212와 (후속 기종인) 412는 널리 사용되며 매우 좋은 안전 기록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어떤 사고 시 운항 조건을 살펴봐야 하는데 날씨와 유지보수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란에선 과거 여러 차례 항공기 추락 사고가 있었다.

이란 국영 언론에 따르면 2005년 군 수송기가 테헤란의 한 아파트 단지에 추락해 128명이 숨졌다.

지난해 2월에는 하미드 사자디 이란 체육부 장관을 태운 헬기가 축구장에 착륙하려다가 추락해 그의 보좌관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

이 사고 5개월 뒤에는 훈련용 제트기의 추락으로 2명이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