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듀레이션과 채권투자 전략
채권 커버드콜ETF의 활용

금리 인하 기대가 여전하다. 파월 연준의장은 4월 말 미국 통화정책회의(FOMC) 이후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시장에 전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채권은 금리가 하락하면 가격이 상승한다.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가격변화도 크다. 채권 가격 동인을 논할 때 만기의 정확한 표현은 듀레이션(Duration)이다. 듀레이션은 기간에 따라 수취하는 이자와 만기에 돌려받는 원금을 시장 이자율로 할인한 현재가치를 기반으로 만기를 가중 평균한 ‘현금흐름 가중평균 만기’의 채권용어다. 기간이 길수록 할인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격변화도 크게 나타난다.

실제로는 복합적인 가격변동 요인이 반영되지만, 단순화하면 금리가 0.1%P(10bp) 하락하면 듀레이션 10년의 채권가격은 1% 상승하게 된다. 국내 상장된 ‘미국30년국채’라는 표현이 포함된 ETF의 대부분은 잔존 만기가 20년 이상의 미국 국채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의미하는데 실제 듀레이션은 17년 수준이다. 금리가 0.1%P 하락하면 채권가격은 1.7% 상승한다는 의미다.

수익률곡선(Yield Curve)도 채권투자에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다. 만기별 금리를 이은 곡선이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금리도 높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상승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장단기 역전 현상’이라고 한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면 경제가 둔화한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경기둔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수익률 곡선
수익률 곡선
경기 둔화 우려로 정책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단기 금리는 하락한다. 하지만 장기금리는 하락 폭이 적거나 경우에 따라 상승할 수도 있다. 금리인하로 장기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단기 역전 현상의 정상화이다.

이처럼 정책금리 인하가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금리인하 초기에는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모두 하락할 수 있는데 하락 정도와 듀레이션을 감안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단기금리가 0.2%P 하락하고 장기금리가 0.1%P 하락하더라도 듀레이션을 반영하면 장기채권의 가격 상승률이 더 높을 수 있다. 금리인하 후반부에는 단기금리가 하락해도 장기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이 경우 단기채권의 가격은 상승하지만, 장기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이 경우 장기채권의 쿠폰 이자율(지급 이자율)이 상대적인 가격 하락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단기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채권 커버드콜 ETF처럼 구조화된 상품을 활용하는 투자전략도 있다. 채권 또는 채권 ETF를 매수하고 채권 ETF의 콜옵션을 매도한다. 거래량이 풍부한 미국 옵션시장을 활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콜옵션을 매도함으로써 조건에 따라 채권가격의 상승은 일부 또는 전부 포기하면서 매도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구조다. 목표한 듀레이션의 금리가 장기적으로는 우하향하되 등락을 반복하며 매우 더딘 흐름을 보일 때 적합한 투자전략이다.

‘SOL미국30년국채커버드콜’, ‘KBSTAR미국30년국채커버드콜’,’TIGER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KODEX미국30년국채+12% 프리미엄’이 채권 커버드콜ETF에 해당한다. SOL과 KBSTAR는 +2% 외가격(OTM: Out of the Money) 옵션을 매도하고 프리미엄을 수취하는데 매월 +2%의 채권가격 상승에는 참여하는 구조다.

TIGER ETF는 70%는 채권 현물을 노출하고 30%만 콜옵션을 매도한다. 다만 매주 만기가 도래하는 등가격(ATM: At the Money) Weekly 콜옵션을 매도하여 +2% 외가격 월 만기 콜옵션을 매도했을 때와 유사한 프리미엄을 수취한다. KODEX는 연 12% 프리미엄 수취를 목표로 Weekly 콜옵션 매도의 비중을 조절하는 전략이다. 채권형 커버드콜 ETF는 월 배당 상품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최근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를 보면 소비와 고용이 점차 둔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탈세계화와 공급망 이슈 등 인플레이션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부터 팬데믹까지 익숙했던 완화적 통화정책 일변도는 아닐 것이다. 단순한 방향성 투자보다는 듀레이션과 투자상품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