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15주년 포럼서 혁신 R&D 시스템 전환 논의
"선도형 R&D, 법·제도 손보고 PM에 예산 권한·책임 줘야"
선도형 연구개발(R&D)을 위해 법과 제도를 손봐 유연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이런 R&D를 운영하는 전문가인 '프로그램 매니저(PM)'에게 예산 책임도 줘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21일 한국연구재단 창립 15주년 특별포럼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선도형 연구는 불확실성이 커 추진하는 데 한계가 많은데 이를 유연성과 신뢰에 기반을 둔 새 시스템으로 극복해야 한다"며 이런 구상을 설명했다.

이날 포럼은 '새로운 혁신의 길, R&D 시스템 대전환'을 주제로 기존 혁신·도전 연구사업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모여 혁신 R&D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추격형 R&D를 넘어 선도형 R&D로 전환하는 게 과학기술계 숙원이면서도 오랜 기간 답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R&D 효율성 문제가 제기됐고 과학기술계도 답을 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도전·혁신 R&D"라며 "성공적이지 않은 것도 많았던 만큼 총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혁신 R&D를 위한 시스템으로 중간에 과제 목표를 바꾸거나 예산을 조정하는 등 유연한 연구 수행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이를 관리하는 PM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이 이사장은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새 선도형 R&D 사업인 '한계도전 R&D'를 운영하는 연구재단 한계도전전략센터도 출범 1년여 만인 지난주에야 과학기술혁신법 예외를 적용한 장관 훈령으로 운영 규정을 제정했을 정도로 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산 편성과 함께 목표가 결정되며 특허나 논문 수로 성과를 평가하는 지금의 시스템하에서는 유연한 목표 전환이 어렵다며 법 개정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도 "인공위성 카메라 개발사업을 평가할 당시 5년 전에는 고난도 목표였는데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서 사업 중 기술개발이 필요가 없어졌지만, 결과는 목표를 초과해 우수 사례가 됐다"고 소개하며 R&D를 상황에 따라 함께 재기획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주도하는 PM에는 사업이나 과제, 인사에 불이익이 없는 환경을 주고 이에 따른 책임을 부처로부터 이양받는 책무 강화도 필요하다고 이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처에 편성되는 예산을 연구재단을 비롯한 기관에 직접 주면서 이를 PM이 관리하는 제도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도형 R&D, 법·제도 손보고 PM에 예산 권한·책임 줘야"
이 이사장은 혁신 R&D를 관리하는 독립기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면서도 우선은 중간 단계를 거쳐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이사장은 "여러 논의를 통해 방향이 나와도 한꺼번에 다 하기는 쉽지 않다"며 "여러 부처의 사업을 합치냐, 단독으로 하느냐부터도 다양한 이슈가 있어 바로 독립 기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진 한계도전전략센터장은 "과거 경험을 딛고 일어서야 해 출발선이 필요하다"며 "단계적으로 스핀오프가 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퍼즐은 PM"이라며 PM에 전폭적 권한을 주고 전담 지원팀을 갖추는 등 PM을 키울 수 있는 커리어트랙과 지원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경우 연구비 8.8%를 외부 민간 기술컨설팅업체(SETA) 운영에 할당해 PM이 활용한다고 소개하며 PM 권한 강화를 위해 이런 조직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민형 혁신도전프로젝트 총괄추진단장은 "관 주도 권한과 책임을 민간 전문가에 위임해 주요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별도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