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박정훈 진실공방 쟁점들…공수처, 같은 날 불러 조사
이종섭 '사단장 처벌' 질문, 차관 '질책 문자' 두고도 진술 엇갈려
"VIP 격노" vs "지어낸 얘기"…공수처 조사서 진실 밝혀질까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나란히 소환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사건 당시 지휘관과 부하 관계이던 이들은 사건의 실체와 관련한 주요 사실관계에 대해 그간 첨예하게 엇갈린 진술을 해 왔다.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이른바 'VIP 격노설' 등을 전해 들었다며 사건을 경찰로 이첩하는 과정에 대통령실 등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이 항명죄를 벗어나려 지어낸 얘기라고 일축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은 실제로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윗선'은 어디까지인지를 판가름할 주요 쟁점이기도 하다.

이에 공수처가 이날 양측에 대한 조사에서 어느 정도나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수처는 대질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 하루 만에 번복한 장관 결재…'VIP 격노'가 원인?
가장 큰 쟁점은 'VIP 격노설'의 진위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7월 30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박 전 단장으로부터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

'채상병 사망원인 수사 및 사건처리 관련 보고'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내용이 담겼다.

이 전 장관은 보고서를 결재했고, 해병대는 다음날 국회 설명과 언론 브리핑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다음 날 점심께 이 전 장관은 결정을 뒤집고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고 경찰 이첩을 보류할 것을 지시했다.

박 전 단장은 이와 관련해 김 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이냐"며 의문을 표시했고, 김 사령관이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 간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재차 "정말 VIP가 맞느냐"고 묻자 김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는다고 했다는 것이 박 전 단장 주장이다.

이 같은 정황에다가 당일 김 사령관이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통화한 점을 볼 때 이 전 장관이 하루 만에 결재 사항을 뒤집은 배경에는 대통령실 개입이 있었던 것이라고 박 전 단장은 주장한다.

김 사령관은 자신이 VIP란 단어 언급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 군검찰 조사에서 "VIP가 언제 회의했는지 알 수도 없고, 그런 사실을 들은 적도 없다"며 "박 전 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이야기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김 사령관은 올해 2월 군사법원의 박 전 단장 항명 혐의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

두 사람은 국방부가 경찰에 인계할 서류에서 혐의자 등을 빼라고 지시했는지를 두고도 엇갈린 입장을 보인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31일 김 사령관이 "국방부에서 경찰에 인계할 수사 서류를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고 수사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말고 조사로 정리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 사령관은 "그 시기는 조사 결과에서 혐의자나 혐의 내용을 빼는 것과 관련된 내용 자체가 일체 논의된 적이 없다"며 "다른 사람에게 지침을 받거나 들은 사실도 없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맞선다.

"VIP 격노" vs "지어낸 얘기"…공수처 조사서 진실 밝혀질까
◇ 이종섭 "사단장도 처벌받나" 발언 두고 엇갈린 진술
지난해 7월 30일 최초 조사 결과 보고를 받은 이 전 장관의 반응을 두고도 두 사람은 상반된 입장이다.

박 전 단장은 수사 결과를 모두 설명한 이후 이 전 장관이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느냐"라고 질문했고, 김 사령관이 "수사 결과 사단장의 과실이 확인됐고, 물증이 확보돼서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넘겨 수사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주장한다.

김 사령관은 이 전 장관이 해당 질문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이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여단장이 왜 혐의자에 포함됐는지를 묻는 등 현장 책임자들에 대해서만 물은 것으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는 "형사 처벌, 과실, 혐의, 물증 확보라는 용어는 제가 쓰지도 않는 말이고 쓴 적도 없다"고 군검찰에 진술했다.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김 사령관이 국가안보실에 파견돼 있던 김형래 해병대 대령과 연락한 후 관련 자료를 안보실에 보내주라고 지시한 과정에 대한 두 사람의 기억도 다르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 30일 오후 김 사령관이 전화해 "김 대령이 연락이 와 '안보실장님이 궁금해하신다'며 수사 결과 보고서를 다시 보내달라고 한다.

보낼 수 없으면 언론브리핑 자료라도 보내달라고 하니 보내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사령관은 "'안보실장님이 궁금해하신다며 보내달라'는 말을 누구에게 들은 적도 한 적도 전혀 없다"며 "보통 김 대령과 같은 행정관들이 안보실장을 대면 보고하거나 안보실장을 언급할 사항 자체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기존에도 안보실에 근무 중인 해병대 대령에게 해병대 관련 쟁점 사항은 공유해왔고, 당시 자료 요청도 그런 일환으로 보여 자료를 보내주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VIP 격노" vs "지어낸 얘기"…공수처 조사서 진실 밝혀질까
◇ "해병대 왜 말 안 듣나" 차관 문자도 입장 차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의 이른바 '해병대 질책 문자' 역시 두 사람 진술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경찰 이첩 예정일 하루 전인 지난해 8월 1일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 빼고 수사 용어를 조사로 바꾸라고 해라. 왜 해병대는 말하면 듣지 않는 것?'이라는 문자 내용을 읽어줬다고 주장한다.

해당 문자를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차관하고 얘기해보겠다"고 말한 이후 문자 내용을 듣게 된 점 등에 비춰 신 전 차관이 보낸 문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박 전 단장 입장이다.

김 사령관은 "(신 전) 차관과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만일 '해병대는 왜 말을 안 듣느냐'고 제게 말했다면 아무리 차관이라도 제가 듣고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고 군검찰에 진술했다.

그러면서 "회의 중 '차관님 전화가 왔다'고 말하고 내실로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던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을 가지고 오해하고 추측성 발언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해 8월 2일 경찰에 이첩하기 전까지 일반 휴대전화로 차관과 두세차례 통화한 적이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