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도 오후 출석 예정…110일 만에 대면 가능성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공수처 재소환…'VIP 격노' 질문에 침묵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을 재소환했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오전 9시 20분께 공수처에 출석한 김 사령관은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말한 게 맞나',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외압이라고 생각했나', '박정훈 대령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보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 답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두 사람을 동시에 부른 만큼, 공수처는 대질 조사를 통해 'VIP 격노설'의 진위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으로부터 받은 지시 내용 등 확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질 조사가 이뤄질 경우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지난 2월 1일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 재판 이후 110일 만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4일에도 김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5시간가량 조사했으며, 이후 김 사령관과 2차 조사 일정을 조율한 끝에 17일 만인 이날 김 사령관을 재소환했다.

해병대 최고 지휘관인 김 사령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 전 단장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단장이 지난해 7월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날 김 사령관이 돌연 언론 브리핑 취소를 통보하며 부대 복귀를 지시했고, 이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전 단장에게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고 했다는 것이 박 전 단장의 주장이다.

이에 박 전 단장이 김 사령관에게 이유를 묻자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 간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군검찰 조사 당시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VIP란 단어 언급 자체를 한 사실도 없고, VIP가 격노해 장관과 통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수처는 전날에는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군검찰이 경찰로부터 회수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보고서를 넘겨받아 재검토한 뒤, 당초 8명이던 주요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경찰에 재이첩했는데,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 책임자가 박 전 직무대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