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에 한 번 있을 일…극단적 사건 일어났다"
2023년 겨울은 남극 해빙(sea ice)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한 해였다. 이런 남극 해빙의 기록적 감소는 기후변화가 없다면 2천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남극연구소(BAS) 레이철 다이아몬드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1일 과학 저널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서 남극 해빙 감소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분석, 지난해 같은 남극 해빙의 기록적 감소는 기후변화가 없을 경우 2천년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사건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겨울 남극 해빙은 영국 본토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레이트 브리튼 섬의 10배 가량인 200만㎢ 이상이 줄며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감소는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8년부터 2015년까지 남극 해빙이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에서는 제6차 결합 대순환모델 비교프로젝트(CMIP6)라는 대규모 기후 데이터 세트를 사용해 지난해의 전례 없는 해빙 감소를 조사했다. 18가지 기후모델 데이터를 분석해 해빙의 급격한 대량 감소 사건 발생할 가능성과 그것이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파악했다.

그 결과 남극 해빙의 감소 가능성은 온난화로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지난해처럼 급격히 감소하는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여전히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발생 확률이 100분의 1 미만인 사건은 매우 드문 경우로 간주한다며 지난해 같은 남극 해빙 감소는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2천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사건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캐럴라인 홈즈 박사는 "기후모델 연구 결과 강력한 기후변화가 해빙의 급격한 감소 가능성을 4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지난해 남극 해빙 급감의 원인이 기후변화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기후모델을 사용해 감소한 해빙이 얼마나 잘 회복될 수 있는지 살펴본 결과 지난해 같은 남극 대륙 주변의 극심한 해빙 손실은 20년이 지나도 모두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남극 해빙 감소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면 아래 저장된 열과 해류 순환, 지난해 상반기의 수온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루이스 사임 박사는 남극 해빙 감소가 남극해의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고 남극 해빙은 기후변화에 대한 전반적 이해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남극 해빙이 20년 이상 낮게 유지되면 지역 및 전 세계 날씨와 남극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