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 시장의 지식재산권(IP) 개발 공식이 바뀌고 있다. 스토리 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플랫폼 기업이 동시에 참여하는 ‘패키지 IP’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시작부터 굿즈 고민…확 바뀐 'IP개발 공식'
콘텐츠 IP 스타트업 디오리진은 오리지널 IP ‘헬그라운드’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첨단 기술을 불신하는 주인공이 실종된 스승을 찾기 위해 구식 로봇과 함께 메타버스에 접속, 7대 악마와 싸우는 게 헬그라운드의 내용이다. 해당 IP의 웹툰화는 드라마 ‘모범택시’ 원작자 까를로스 작가가 주도한다. 프로덕션은 두세븐엔터테인먼트가 맡는다.

헬그라운드 IP는 웹툰 외에도 게임, 영화 분야의 주요 기업과 협업해 다른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쉽도록 개발된다. 정재식 디오리진 대표는 “고유한 세계관을 여러 장르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디오리진은 다양한 매체의 창작자가 IP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동 창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전까지 IP 활용은 원작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한참 뒤에 이를 활용한 웹툰이 나오고 이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식으로 이뤄졌다. 후발 콘텐츠는 이용자들의 관심이 꺾이는 타이밍에 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을 맺을 때도 예상 가치를 조율하기 어려웠다.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개발 초기부터 웹툰 게임 드라마 굿즈 등 다양한 경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패키지 개발이 시작됐다. 예컨대 로봇 IP를 만든다면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완구, 게임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식이다. 수익 배분도 미리 조율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인기 있는 외부 IP를 뒤늦게 사 오고 해당 IP의 수명이 다하면 다른 IP를 찾아다니는 방식으론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콘텐츠 회사들과 IP를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했다.

IP 업체들의 합종연횡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리디는 웹소설과 웹툰 IP를 활용하기 위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CJ ENM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초록뱀미디어는 웹툰 플랫폼 탑툰, 웹소설에선 노벨피아와 손잡았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