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슬픔에 이름 붙이기·인류가 차린 식탁
▲ 슬픔에 이름 붙이기 =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마음에 차오른 복잡미묘한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우리가 쓰는 언어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저자는 틈새 감정의 단어를 만들어 언어의 반경을 넓히는 시도를 했다.

2009년 개인 블로그에서 '슬픔에 이름 붙이기 프로젝트'를 시작해 유튜브로 옮겨갔고, 10여년 동안의 감정 신조어를 책으로 집대성했다.

어느덧 현실에서도 꽤 사용되는 '산더'(sonder)는 '익명의 사람들 각자가 주인공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은 배후에 존재하는 엑스트라일 뿐이라는 깨달음'을 뜻한다.

프랑스어 '산더'(sonder·깊이를 재다)와 영어 '원더'(wonder·놀라다)를 조합했다.

'히들드'(hiddled)는 '비밀을 혼자서만 간직해야 한다는 사실에 외로움을 느끼는', '오즈유리'(ozurie)는 '당신이 원하는 삶과 당신이 살고 있는 삶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을 이른다.

사전 형식의 책에서는 미묘한 느낌에 이름 붙인 신조어 300여개를 만날 수 있다.

영어뿐 아니라 그리스어, 라틴어, 아르메니아어, 산스크리트어 등 어원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사이사이 감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본 저자의 에세이가 공감의 크기를 키운다.

저자는 테드(TED) 강연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한마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며, 그것을 어떻게든 표현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때 우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윌북. 312쪽.
[신간] 슬픔에 이름 붙이기·인류가 차린 식탁
▲ 인류가 차린 식탁 = 우타 제부르크 지음. 류동수 욺김.
고대 로마 사회에서는 음식으로도 사회 계층이 구별됐다.

각 사회집단이 무엇을 먹는지가 정해져 있었다.

싸움이 직업인 검투사는 고된 훈련과 경기에도 곡류와 콩 종류를 죽이나 수프로 만들어 먹었다.

고기는 비싸서 감당할 수 없었다.

중국 대표 음식 훠궈는 1천200년경 몽골에서 건너와 중국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스시(초밥)는 일본 문화의 개화기로 통하는 1830년경 에도 시대에 생겨나 제조법이 전승되다가 1853년 개항과 함께 온 세상에 알려졌다.

인도 카레는 포르투갈인들이 고추를 전해주면서 16세기부터 매워졌다.

인도는 유달리 매운 품종인 부트 졸로키아를 선호했다.

이처럼 음식은 시대의 산물이며 그 시대를 이야기해준다.

한 사회의 토대이자 공동체 결속의 수단이면서 권력과 계층의 반영이자 민족자산이기도 했다.

책은 1만년 인류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따라가는 미식 산책이다.

인류사에서 문자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레시피인 기원전 1천730년경 바빌로니아의 양고기스튜 조리법부터 2020~2021년 팬데믹 시대의 식사까지 관통하며 50가지 음식을 소개한다.

애플북스. 29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