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범죄자 말 한마디로 수사기관 확보한 진술 무용지물돼"
권순정 수원고검장 "비정상 형사사법시스템 개선에 지혜 모아야"
권순정(50·사법연수원 29기) 신임 수원고검장은 16일 "형사사법시스템이 형사사법정의를 실현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고 밝혔다.

권 고검장은 이날 오후 수원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확보한 진술이 법정에 선 범죄자의 말 한마디로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굳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이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그는 "충분한 숙의와 논의 없이 개정된 형사소송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수사 및 재판 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며 "안타깝게도 현재 사법 시스템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들을 따져본 후 말을 뒤집고, 거짓 주장을 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허점과 흠결은 범죄자들이 거꾸로 법집행기관을 공격하고 허위 선동으로 국민들을 호도하는 토대가 된다"고 우려하며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정책 부서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인 법 집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꼼꼼하게 찾아내고 바람직한 개선 방향까지 고민해 달라"고 덧붙였다.

권 고검장은 이 밖에도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신을 염두에 두고 직무를 수행해 주길 바란다.

형사소추를 담당하는 검찰 직무의 본질을 깊이 성찰해 달라"며 "범죄피해자분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안감과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세심하게 배려해 달라"고도 말했다.

권 고검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중앙지검·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대검찰청 대변인, 전주지검 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및 검찰국장 등을 역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