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마을 봄꽃 주변에 눈이 쌓여 있다. /뉴스1
16일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마을 봄꽃 주변에 눈이 쌓여 있다. /뉴스1
"5월에 냉해 걱정하게 될지 몰랐습니다. 올해 내내 상품(上品)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얼마나 더 이 고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석가탄신일이었던 15일, 강원지역에 3년 만의 5월 대설 특보가 내려지고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기온이 급랭하자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바이어가 내뱉은 한탄이다. 올해 초 급격한 기온변동과 일조량 부족으로 냉해를 입어 수확량 급감이 예고된 작물들이 속출하는 와중에 느닷없는 강설로 산나물 등의 작황이 타격을 입게 됐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날씨 탓에 올해 ‘장바구니’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란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다이아 사과’ 또 위기

강원 지역에 내린 뜻밖의 눈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 신선식품은 나물류다. 이날 내린 눈의 영향으로 평창 등 해발고도 1000m 안팎 지역의 산나물 산지에선 피해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산나물은 수확기가 10일 정도로 짧아 제때 수확하지 못하면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받기가 힘들다. 이번 냉해로 농가에는 경제적 타격이, 도시지역 가계에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겨울 많은 강수량과 부족한 일조량으로 인해 ‘다이아 사과’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던 ‘국민 과일’ 사과에도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요즘 사과 농가는 줄기에 적절한 양의 과실이 맺힐 수 있도록 적화·적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과실비대기에는 기온이 영하 1.1도 이하로 내려가면 저온 피해를 보게 된다. 그나마 강원 산지의 기온이 영상에 머물러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이뤄진 보온 작업으로 발생한 비용과 예상치 못 한 피해는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강설·강풍·우박이 예보되자 강원 및 경북 일부 지역 사과 주산지의 대응 상황을 긴급 점검하기도 했다. 더구나 사과는 최근 충청 지역 과수원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전국 과수 농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주로 사과·배나무에서 발생하는 과수화상병은 치료제가 없어 심한 경우 과수원을 폐원해야 한다.

매실도 냉해 후폭풍

지난겨울 냉해를 입었던 신선식품 가운데 수확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수확량 급감이 예고된 작물도 많다. 매실이 대표적이다. 전남 광양, 순천 등 매실 주산지에선 지난 2~3월 최저·최고 기온 간 격차가 10도에 이른 바람에 현재 착과율이 절반에 머무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내내 소비자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던 신선식품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2.9% 오르는 데 그쳐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은 20.3% 폭등했다. 가공식품 역시 원재료 가격 상승 여파로 김, 올리브유 등이 돌아가며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튀어 오르는 모양새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