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1분기 영업익 33% 증가…해운 운임 상승에 호조
전통적으로 해운업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이 예상 밖의 호실적을 냈다. 홍해 사태로 해상 운임이 크게 오른 뒤 진정되지 않으면서다.

HMM은 해운업 성수기에 접어드는 2·3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앞으로 냉동·냉장 컨테이너와 같은 수익성이 좋은 특수 화물을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펼치고 대규모 컨테이너선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비용을 절감하며 급격한 운임 변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HMM은 1분기 매출 2조3299억원, 영업이익 4070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3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7.5%에 달했다.

HMM의 ‘깜짝 실적’ 배경에는 해상 운임 급등이 있다. 지난해 10월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무차별 공격해 수에즈 운하가 봉쇄되면서 글로벌 해상 단기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분기 평균 2010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969)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해운업 성수기에 접어드는 2·3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일부 우려와 달리 미국 경제가 강하게 회복하고 있고, 중국발 이커머스 물량도 증가하는 등 소비 수요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CFI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공습한 뒤인 지난 10일 2305까지 오르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앞으로 HMM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이 좋은 화물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과일·육류 같은 신선식품을 주로 실어 나르는 냉동·냉장 컨테이너가 대표적이다. 이런 특수 화물은 일반 컨테이너보다 운임이 1.5~2배가량 더 비싸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해상 운임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HMM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HMM은 2021년 발주한 1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올해 1월부터 순차적으로 받아 미주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한 번에 다량의 화물을 실어 나르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장기 계약이 많은 벌크선 사업도 키워 컨테이너 운임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구조에서도 벗어날 계획이다.

HMM 관계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 친환경 경쟁력 강화, 디지털라이제이션 등 비용 절감과 수익성 위주 영업 활동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