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5월에 가장 아름답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 되면 습도가 높아지고 우기가 시작되면서 도쿄의 봄이 주는 특유의 청량함과 화려함, 그리고 쾌적한 온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쿄의 거리를 걷기 가장 좋은 5월의 막바지에 나는 쿄바시에 위치한 일본 영상자료원을 방문했다. 자료원 내부에 위치한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Japanese Cinema and Music: Composers in the 1950s and 1960s” (일본 영화와 1950년대, 60년대의 작곡가들) 전시를 보기 위함과 동시에 자료원의 곳곳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국립영상자료원 (National Film Archive of Japan)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산하기관으로 1970년에 긴자와 니혼바시 사이에 위치한 현재의 둥지, 쿄바시에 설립되었다. 한국 영상자료원과 파주 수장고가 그러하듯, 일본 역시 자료원 빌딩은 주로 전시와 상영, 도서관 운영을 맡고, 영화의 필름과 기타 다른 자료들은 사가미하라 (도쿄에서 차로 2시간)에 위치한 수장고에서 보관·관리 된다. 자료원은 2018년, 현대미술관으로부터 독립하여 현재는 문화청이 관리하는 독립기관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쿄바시는 전쟁 전부터 일본에서&nbs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는 항상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다. 양혜규·이불·서도호·최정화·정연두 등 세계에서 주목받는 국가대표급 작가들이 신진 작가 시절 이곳에서 전시를 열었기 때문이다.지금 아트선재센터에서는 개성 넘치는 1986년생 작가 두 명이 각각 개인전을 열고 있다. ‘공간 배치 서울’의 이요나 작가(38)는 스테인리스스틸 배관과 일상적인 사물을 활용한 조형 작품을 주로 만드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트선재센터의 한옥 공간부터 옥상 공간까지 전시실 밖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카페 혹은 작은 전시실로 활용되는 미술관의 한옥 내부에서부터 전시는 시작된다. 자그마한 내부 공간에는 침대와 욕조, 세면대와 테이블 등 일상적인 집기들이 빼곡히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파이프들이 어지럽게 가로지른다. 놀이터에 있는 ‘정글짐’이 연상되는 광경이다. 이는 한국의 엄청나게 높은 인구밀도와 숨 가쁜 일상을 상징한다.한옥 공간에서 나와 파이프를 따라 미술관 내부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또 다른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옥상 한구석 덩그러니 놓인 파이프와 신호등, 버스 정류장의 벤치 등이 그 작품이다. 뉴질랜드의 인구밀도와 느긋함을 형상화했다. 이 작가는 “어린 시절 한국에 살다가 뉴질랜드로 이주했는데, ‘극과 극’의 인구밀도 차이에 놀랐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인구밀도는 ㎢당 511명으로 세계 최상위권(16위)이었고, 뉴질랜드는 ㎢당 20명으로 최하위권(168위)이었다.옥상 작품 너머로는 아트선재센터 주변의 서울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이
한국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듀오 박천휴 작가(왼쪽)와 윌 애런슨 작곡가(오른쪽)의 작품이 또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화제의 뮤지컬 ‘일 테노레’의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달 18일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관객을 만난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6년 초연하자마자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 예그린뮤지컬어워드 4관왕을 차지하며 창작 뮤지컬로서의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2017년 일본 초연 후 2018년과 2020년 재공연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의 시험 공연을 거쳐 현재 브로드웨이 진출을 준비 중이다.‘어쩌면 해피엔딩’이 거둔 성공의 배경에는 박천휴 작가·작사가와 애런슨 작곡가 듀오가 만든 대본과 음악이 있다. ‘휴&윌’이라고도 불리는 이 두 사람은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창작 듀오다. 박 작가가 뉴욕대에서 현대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뮤지컬 음악을 전공하던 애런슨과 만나 협업을 시작했다.이들은 2012년 초연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같은 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음악상, 이듬해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작곡·작사상을 받으며 최고의 뮤지컬 듀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개막한 ‘일 테노레’로 중·대형 극장 뮤지컬 제작 능력도 증명했다. 2018년부터 개발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에서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이 조선 최초 오페라 공연을 여는 이야기를 그렸다. 대본과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단과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