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원물량, 이스라엘에 공급 전체 무기의 1%도 안 돼"
"美와는 상황 근본적으로 달라"…가디언 "국제인도법 위반 가능성" 비판
英외무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 지속…라파 침공엔 반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공격할 경우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경고한 미국과 달리 영국은 무기 수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민간인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라파 침공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이 취임 6개월을 맞아 외교 정책을 설명하는 연설 이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영국과 미국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캐머런 장관은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이스라엘에 대량으로 무기를 공급해왔지만, 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지는 않았다"며 "영국이 수출하는 물량은 이스라엘에 공급되는 전체 무기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기 수출과 관련해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철저한 허가 절차를 밟아왔으며 앞으로도 이 절차를 면밀히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고집하고 있는 라파에서의 지상전에 대해서는 거듭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캐머런 장관은 "라파에 관한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민간인들을 구하기 위한 확실한 계획이 없는 한 라파에서의 주요 작전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그런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으며, 지난 8일 라파 국경 검문소의 통행이 재개되면서 구호 물품 지원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영국과 미국의 무기 공급이 차원이 다르다는 캐머런의 주장과 관련, 공급 주체나 규모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반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또한 이렇게 공급된 무기가 국제인도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영국의 법적 기준과 충돌하는 방향으로 사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라고도 꼬집었다.

영국 외무성은 자국이 수출한 무기가 국제법 등을 위반하는 데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와 관련해 주기적인 평가를 실시해 왔으며, 차기 평가가 곧 이뤄질 예정이다.

공식 평가는 6주 간격으로 이뤄지며 마지막 평가는 3월 말에 있었다.

가디언은 라파에서의 지상전은 국제인도법 위반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캐머런 총리는 연설을 통해 서방이 독재주의자들과의 '의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영국과 동맹국들이 적들과 맞서는데 더 용기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 일고 있는 고립주의 기류에 이의를 제기하며 "국내 문제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크게 틀렸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직접적으로 우리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