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위택스' 접속 지연…현장 공무원들 "이젠 반포기 상태"
"자동차세, 재산세, 주민세 줄줄이 기다리는 앞으로가 더 걱정"
"국가재난사태 아닌가"…지방세시스템 잇단 오류에 현장 들끓어
"2월 개통 이후 차세대 시스템에서 발생한 오류가 몇 번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제(7일)는 일시적이었지만 아예 '셧다운'이 됐어요.

현장에서는 '반포기'했다는 자조감마저 돕니다.

"
부산에서 세무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 씨는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개통한 이래 잦은 말썽을 일으켜온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차세대 시스템)이 7일 또다시 오류를 일으킨 탓에 시스템과 연결된 온라인 납부 창구인 '위택스' 접속이 5시간가량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각종 세무 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과 연휴를 마치고 지방세를 내러 온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올해 2월 13일 개통한 차세대 시스템은 지방세와 세외수입 업무처리를 하는 전산 시스템이다.

개통 이후 크고 작은 오류가 반복되면서 국민은 물론 납세 업무를 담당하는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박 씨는 "세무직 공무원들이 차세대 시스템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에 오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쏟아냈다"며 "노동조합을 통해 비상대책회의까지 열었지만, 개선된 부분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민원인에게 하는 것도 이제는 민망할 수준"이라며 "현장에서는 '국가재난사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중앙부처에선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오류가 끊이지 않는 차세대 시스템을 두고 지방세와 과태료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세무직 공무원 이모 씨는 "어제 위택스 오류를 두고 행안부에서는 '일시적인 오류'라고만 밝혀왔다"며 "문제는 이러한 대답에 더는 신뢰가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스템이 개선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잠깐의 고통'이라 생각하고 인내하겠지만, 정확한 오류 원인이나 구체적인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은 믿음조차 쌓이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는 "현장에서는 시스템이 안정화되는데 적어도 5년은 더 걸릴 거란 얘기도 돈다"며 "민원인이 납부한 금액과 다른 엉뚱한 액수가 고지서에 적히는 등 기초적인 '에러'가 잇따르는 탓"이라고 말했다.

"국가재난사태 아닌가"…지방세시스템 잇단 오류에 현장 들끓어
공무원들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다음 달엔 자동차세, 7월 재산세, 8월 주민세 등 대규모 세무 작업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권에서 세외수입팀장으로 일하는 한 공무원은 "이제까지 경험을 비춰봤을 때 진짜 큰일은 지금부터"라며 "각종 대형 수납업무가 잘 처리될지 걱정이지만, 행안부에서 보완하고 있다고 하니 믿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의 한 지자체에서 일하는 세무직 공무원도 "재산세 납부 기간인 7월과 9월이 가장 두렵다"며 "그전까지 시스템이 안정화돼야 하는데, 지금 모습을 보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스템 오류로 인해 재산세를 납부한 시민에게 불이익이 갔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라며 "이런 내막을 모르는 민원인의 항의를 오로지 우리(세무직 공무원)가 감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이라도 이전 시스템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의 한 세무직 공무원도 "기초적인 오류가 반복되는 점을 보면 차세대 시스템 개발자들이 지방세법을 제대로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차라리 별문제가 없던 이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납세자가 국세납부시스템인 홈택스 접속 후 위택스로 이동해 신고·납부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누적돼 지연됐다"며 "원인을 분석해 서비스 정상화를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