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전세대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올초 시작된 ‘대출 갈아타기’ 여파로 은행마다 희비가 엇갈리면서다. 초기 낮은 금리를 앞세운 인터넷은행에 대출 시장을 뺏긴 시중은행들은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갈아타기' 후폭풍…5대 은행 전세대출 3조 감소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시행한 올 1월 말 이후 지난달 말까지 석 달간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은 2조8222억원 감소했다. 작년 같은 기간 2조3597억원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대폭 쪼그라든 모양새다.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여파에 당국의 가계부채 조이기, 전세의 월세화, 깡통 전세 논란 등이 맞물린 영향이 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봄철 이사 수요가 가장 큰 영향을 주지만 올해는 갈아타기 정책으로 은행들의 대출 규모가 큰 차이를 보였다”며 “시중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은 낮은 금리를 제시한 인터넷은행으로 상당수 이동했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전세대출이 증가한 곳은 신한은행(4141억원)이다. 서비스 시행 초기 공격적인 금리 설정과 마케팅으로 대출 수요를 확보한 영향이다. 반면 출혈 경쟁을 피한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1조5187억원이나 자금이 빠져나갔다. 다른 은행 대비 불리한 대출 조건을 제시하다 보니 뭉칫돈이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주택도시기금 대출 규모가 유독 큰 우리은행의 구조적 한계 탓에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일반 대환 고객의 대출을 늘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우리은행의 전세대출 총액은 1년 새 6조원이나 급감했다.

‘갈아타기 효과’로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크게 늘었다. 연초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행된 후 2~4월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총 6조6651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얼어붙었던 부동산 경기가 다소 해빙된 데다 주담대 갈아타기 정책으로 대출 움직임이 활발해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담대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하나은행(2조6495억원)이다. 농협은행(1조9509억원), 신한은행(1조458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주담대가 감소(-1838억원)했다.

시중은행들은 당분간 갈아타기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신용대출은 정책 시행 초기 반짝 수요가 있었을 뿐 금세 수요가 사그라들었지만, 전세대출이나 주담대는 매달 일정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며 “고정비용이 낮은 인터넷은행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상품 종류가 많은 시중은행을 찾는 고객이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선의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