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과 추상 넘나드는 작업…글래드스톤 서울 개인전에서 신작 7점 소개
세실리 브라운 "시선 끌면서도 천천히 드러나는 그림이 목표"
영국 출신으로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실리 브라운(55)은 동시대 생존 여성 작가 중 최고가로 작품이 거래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그림은 국내외 경매에서 수십억원대에 판매된다.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에서 회고전을 열며 더욱 주목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브라운의 회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작 7점은 모두 서울 전시를 위해 작업한 신작들이다.

브라운의 작품은 풍부한 붓 터치, 생생한 색채 등이 특징이다.

윌럼 데 쿠닝(1904∼1997)이나 조안 미첼(1925∼1992) 같은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의 영향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시를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브라운은 "내 작업을 두고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작가라고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이 추상화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실리 브라운 "시선 끌면서도 천천히 드러나는 그림이 목표"
그는 "내 작품은 구상적인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추상적인 작품의 경우에도 무언가를 알아볼 수 있고, 그 무엇인가를 붙잡고 그림 속으로 이끄는 요소가 있어 천천히 읽어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내 목표는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끌면서도 쉽게 빨리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드러나고 볼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은 작업 방식에 대해 "어떤 한 전시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덩어리, 맥락 안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너무 추상적인 경향을 띠게 되면 다시 구상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두아르 마네의 1877년작 '나나'에서 제목을 따온 전시작 '나나'는 그런 전환의 결과물이다.

메트 전시에 나왔던 '당신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2013)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작가는 이전 작품보다 인물을 훨씬 뚜렷하게 표현했다.

최근에는 붓 대신 롤러를 이용하기도 했다.

롤러를 사용한 전시작 '라벤더의 블루'를 두고는 "최근의 새로운 발전"이라면서 "이전 작업과는 다른 느낌의 표면 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실리 브라운 "시선 끌면서도 천천히 드러나는 그림이 목표"
두폭화나 세폭화 등 패널 여러 개를 이용한 작업을 많이 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두폭화 형태의 '레몬을 곁들인 내장'을 선보였다.

브라운은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작업실이 크지 않아서 여러 패널을 사용하는 것이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아주 유용했다"면서 "동시에 이런 방식은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언가를 계속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 개방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에겐 '그림'이라는 명사보다 '그린다'는 동사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25년간 작업을 돌아봤던 지난해 메트 전시에 대한 소감도 들려줬다.

그는 "다시 생각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다"면서 "이번 전시는 메트 전시 당시 작업한 것들로, 당시 내가 그 전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반영하는 작품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8일까지.
세실리 브라운 "시선 끌면서도 천천히 드러나는 그림이 목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