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 사기 판쳐도 번호차단 못 해…입법 하세월에 대책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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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사례 전국 확산…7개월간 3천여건·피해액 3천억원 달해
"사기대응 컨트롤타워 세워 번호차단 등 예방책 강화해야" 투자리딩방 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해 서민 피해가 커지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이 피해 예방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해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정쟁 탓에 후속 논의가 미뤄져 결국 폐기 수순에 놓였다.
국회의 신속한 입법 노력과 범부처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리딩방 피해 계속 늘지만 범죄 계좌·번호 차단 못 해
6일 경찰청에 따르면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에서 유명인이나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고 투자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주식·코인 리딩방에 초대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9∼12월 1천452건이었던 투자리딩방 피해신고 건수는 올해 3월까지 누적 3천235건으로 3개월 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루 18건꼴로 피해신고가 접수되는 셈이다.
피해액도 작년 9∼12월 1천266억원에서 올해 3월까지 누적 2천970억원으로 증가해 3천억원에 육박한다.
피해 사례는 전국에 걸쳐있다.
일례로 인천경찰청은 유명 개그맨의 매니저라고 밝힌 '한우희'라는 인물로부터 투자리딩방 사기를 당했다며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을 취합해 집중 수사 중이다.
지난 3월부터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경찰서에 40여건의 고소장이 접수됐고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는 15억원대다.
리딩방 사기 조직은 가짜 누리집·블로그는 물론 유명인을 사칭한 유튜브 동영상도 만들어 홍보하기에 피해자들이 속기 쉽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피해자인 유명인들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은 리딩방 사기를 주요 악성사기로 지정해 집중 수사하고 있지만, 처벌 위주일 뿐 제도적 한계로 인해 근본적인 범죄 근절과 피해 예방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이스피싱 같은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근거해 은행이 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즉시 지급 정지할 수 있다.
통신사 역시 수사기관 요청이 있으면 범죄에 쓰인 전화번호를 바로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신종 범죄에 해당하는 리딩방 사기는 계좌 지급정지나 전화번호 즉시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 정보 제공처럼 용역이나 재화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연간 발생하는 전체 사기범죄 35만건 중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의해 전화번호가 차단되는 사례는 3만건에 불과하다"며 "투자리딩방, 로맨스스캠 등 신종 악성 사이버사기가 빠져나갈 뒷문이 열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 자료를 보면 한 개의 사기 번호가 범행 300회까지 쓰이기도 한다"며 "그전에 번호를 차단하면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음에도 법적 근거가 없어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주요국 사기 통합대응 나설 때 국내선 관련법 제정 좌초
해결책을 고심해온 경찰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피해환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을 개정하기보다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회와 협의를 거쳐 2022년 8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발의한 '사기방지 기본법안'에 투자리딩방 등 신종사기에 대한 실시간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법안의 핵심은 사기범죄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경찰청 소속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은 사기 신고·고발 등을 통합해 받고 범죄 피해 의심 계좌와 전화번호를 신속히 차단할 권한을 갖는다.
신종사기 유형 분석 및 정보 제공, 대국민 피해 예·경보 발령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금융·통신의 발달로 사기범죄가 증가하고 초국경·비대면 등 고도화하는 양상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주요국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영국은 사기정보분석국(NFIB)을 중심으로 영국 전역의 사기 신고를 받아 내용 분석 및 수사기관 배당, 계좌·전화번호 차단 등을 수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9년 사기방지센터(ASC)를 세워 지난해 1만9천여개의 계좌를 정지하는 등 피해 방지에 주력했다.
그 결과 피해 회복율이 센터 설립 전후로 3%에서 25%로 향상됐다.
이외에도 캐나다(AFC)와 호주(NASC) 등이 사기범죄 통합대응기관을 각각 운영 중이다.
사기방지기본법은 작년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뒤로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가 이달 29일 마무리되는 가운데 기간 내로 법사위가 열리지 못해 법안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경찰청은 "취지나 필요성을 이미 관계부처와 국회가 공감하고 있어 22대 국회로 넘어가도 무리 없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종합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주재로 경찰청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조만간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리딩방 범행에 쓰이는 대포폰·대포통장과 불법광고가 올라오는 SNS 게시물·아이디를 신속하게 삭제하고 금융당국으로 들어오는 피해신고 정보를 즉시 공유하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기대응 컨트롤타워 세워 번호차단 등 예방책 강화해야" 투자리딩방 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해 서민 피해가 커지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이 피해 예방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해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정쟁 탓에 후속 논의가 미뤄져 결국 폐기 수순에 놓였다.
국회의 신속한 입법 노력과 범부처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리딩방 피해 계속 늘지만 범죄 계좌·번호 차단 못 해
6일 경찰청에 따르면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에서 유명인이나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고 투자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주식·코인 리딩방에 초대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9∼12월 1천452건이었던 투자리딩방 피해신고 건수는 올해 3월까지 누적 3천235건으로 3개월 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루 18건꼴로 피해신고가 접수되는 셈이다.
피해액도 작년 9∼12월 1천266억원에서 올해 3월까지 누적 2천970억원으로 증가해 3천억원에 육박한다.
피해 사례는 전국에 걸쳐있다.
일례로 인천경찰청은 유명 개그맨의 매니저라고 밝힌 '한우희'라는 인물로부터 투자리딩방 사기를 당했다며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을 취합해 집중 수사 중이다.
지난 3월부터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경찰서에 40여건의 고소장이 접수됐고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는 15억원대다.
리딩방 사기 조직은 가짜 누리집·블로그는 물론 유명인을 사칭한 유튜브 동영상도 만들어 홍보하기에 피해자들이 속기 쉽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피해자인 유명인들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은 리딩방 사기를 주요 악성사기로 지정해 집중 수사하고 있지만, 처벌 위주일 뿐 제도적 한계로 인해 근본적인 범죄 근절과 피해 예방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이스피싱 같은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근거해 은행이 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즉시 지급 정지할 수 있다.
통신사 역시 수사기관 요청이 있으면 범죄에 쓰인 전화번호를 바로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신종 범죄에 해당하는 리딩방 사기는 계좌 지급정지나 전화번호 즉시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 정보 제공처럼 용역이나 재화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연간 발생하는 전체 사기범죄 35만건 중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의해 전화번호가 차단되는 사례는 3만건에 불과하다"며 "투자리딩방, 로맨스스캠 등 신종 악성 사이버사기가 빠져나갈 뒷문이 열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 자료를 보면 한 개의 사기 번호가 범행 300회까지 쓰이기도 한다"며 "그전에 번호를 차단하면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음에도 법적 근거가 없어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주요국 사기 통합대응 나설 때 국내선 관련법 제정 좌초
해결책을 고심해온 경찰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피해환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을 개정하기보다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회와 협의를 거쳐 2022년 8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발의한 '사기방지 기본법안'에 투자리딩방 등 신종사기에 대한 실시간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법안의 핵심은 사기범죄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경찰청 소속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은 사기 신고·고발 등을 통합해 받고 범죄 피해 의심 계좌와 전화번호를 신속히 차단할 권한을 갖는다.
신종사기 유형 분석 및 정보 제공, 대국민 피해 예·경보 발령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금융·통신의 발달로 사기범죄가 증가하고 초국경·비대면 등 고도화하는 양상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주요국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영국은 사기정보분석국(NFIB)을 중심으로 영국 전역의 사기 신고를 받아 내용 분석 및 수사기관 배당, 계좌·전화번호 차단 등을 수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9년 사기방지센터(ASC)를 세워 지난해 1만9천여개의 계좌를 정지하는 등 피해 방지에 주력했다.
그 결과 피해 회복율이 센터 설립 전후로 3%에서 25%로 향상됐다.
이외에도 캐나다(AFC)와 호주(NASC) 등이 사기범죄 통합대응기관을 각각 운영 중이다.
사기방지기본법은 작년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뒤로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가 이달 29일 마무리되는 가운데 기간 내로 법사위가 열리지 못해 법안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경찰청은 "취지나 필요성을 이미 관계부처와 국회가 공감하고 있어 22대 국회로 넘어가도 무리 없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종합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주재로 경찰청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조만간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리딩방 범행에 쓰이는 대포폰·대포통장과 불법광고가 올라오는 SNS 게시물·아이디를 신속하게 삭제하고 금융당국으로 들어오는 피해신고 정보를 즉시 공유하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