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새벽시간대에 교정 들어가 농성 텐트촌 해체·시위대 132명 체포
학교 측 이틀째 수업 전면 취소하고 학생·교직원 출입 철저히 차단
시위 끝났지만 삼엄한 경비…"경찰 과잉 대응" vs "사태 해결돼 다행"
[르포] 경찰진입 부른 UCLA 친팔시위 유혈사태…정상화까진 시간 걸릴듯
2일(현지시간) 오전 9시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우드 지역에 있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에는 수백명의 경찰과 학교 측 보안요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캠퍼스로 들어가는 초입에선 평소 대학가의 분위기와 달리 적막감이 감돌았고, 안쪽 중심부의 로이스홀 쪽으로 진입하는 길목에서부터는 보안요원이 외부 차량의 진입을 막았다.

로이스홀 앞 광장과 잔디 구역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던 곳이다.

보안요원들은 시위대가 있던 현장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지점의 양 건물과 건물 사이를 펜스로 막고 삼엄한 경비를 벌이고 있었다.

상공에는 헬기 두 대가 맴돌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 교직원은 신분증을 보여주며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보안요원이 "현재 청소 담당자들과 일부 미디어 외에는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학생은 물론 교직원도 출입이 안 된다.

미안하다"며 돌려보냈다.

보안요원 한 명은 시위 현장에 학생이나 시위자가 아무도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아무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내가 오늘 오전 8시에 여기 도착했는데, 그때 이미 아무도 없었다"며 "그 이전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르포] 경찰진입 부른 UCLA 친팔시위 유혈사태…정상화까진 시간 걸릴듯
펜스 안쪽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곳곳에 서 있었고, 펜스에서 멀리 떨어진 시위 현장에는 또 다른 펜스가 둥그렇게 둘러쳐져 있었으며 그 안에서 분주하게 청소하는 인력들만 보일 뿐, 학생이나 시위대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모여있던 로이스홀 건물 앞쪽 일부에는 공사 현장에서 쓰이는 강철 비계가 쌓아 올려져 있었고 그 아래쪽은 나무 합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시위대가 있었던 흔적으로 나무판 위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쓰인 'ACAB'이란 글자가 남아있었다.

'ACAB'은 미국에서 경찰을 욕하는 말(All Cops Are Bastards)로 쓰인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농성장이었던 구역 바깥쪽에는 친이스라엘 지지자들이 맞불시위 현장으로 썼던 작은 무대가 남아 있었고, 여기에는 이스라엘 국기가 그대로 걸려 있었다.

이곳을 둘러싼 펜스에는 "UCLA 교수·직원은 우리의 유대인 학생들과 평화를 지지한다"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르포] 경찰진입 부른 UCLA 친팔시위 유혈사태…정상화까진 시간 걸릴듯
시위 현장 안쪽에서는 경찰 진압 후 부서진 나무판자와 바리케이드, 부서진 텐트 등 잔여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잇달아 밖으로 나왔다.

불도저 등 중장비 차들도 분주히 오갔다.

현장 진입을 차단하는 펜스 주변에는 방송과 신문 기자들만 가득했고, 학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학교 기숙사에 있다가 나온 것으로 보이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학생 2명은 멀찍이서 시위대가 있던 곳을 바라보며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확인하는 듯했다.

이들은 "모든 수업이 금요일까지 취소돼 딱히 할 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위대나 경찰 진압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극도로 언급을 꺼렸다.

공권력의 개입으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충돌하며 유혈사태까지 일으켰던 시위는 끝났지만, 대학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르포] 경찰진입 부른 UCLA 친팔시위 유혈사태…정상화까진 시간 걸릴듯
앞서 UCLA에선 미국의 다른 대학들보다 1주일가량 늦게 시위가 시작돼 지난달 25일부터 본격적인 텐트 농성이 시작됐다.

UCLA와 종종 비교되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사립대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는 지난달 24일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측의 요구로 경찰력이 투입돼 93명이 체포되고 농성 텐트도 철거된 바 있다.

그에 비해 주립대학인 UCLA는 평화적인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기본 방침이어서 엿새가량 시위가 지속됐다.

하지만 이런 학교 방침이 시위 현장을 방치하는 상황을 초래하면서 지난 1일 결국 사달이 났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로 지목한 한 무리의 젊은 남성들이 마스크를 쓰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농성장에 난입해 학생들을 때리고 텐트 안에 폭죽을 집어넣어 터뜨리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벌였다.

양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로 유혈사태가 빚어진 모습은 당시 현장을 찍은 여러 영상에 담겨 온라인상에서 퍼져 나갔다.

지역 일간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친팔레스타인 시위 학생 일부는 머리 등에 심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학 신문 소속 기자들까지 현장에서 취재하다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언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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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시위 현장의 난투극은 자정을 넘긴 오전 0시 30분께부터 오전 3시께까지 2시간 반가량 이어졌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캐런 배스 LA 시장이 경찰력 지원을 요청했고,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면서 시위대 간의 충돌은 정리됐다.

학교 안팎에서는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지난달 25일부터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접근해 양측 사이의 긴장이 며칠간 고조됐는데도 학교 측이 안전을 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이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주립대에서 벌어진 이런 폭력 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강하게 규탄하면서 "(학생들이) 표현할 권리가 캠퍼스에서 폭력과 반달리즘, 무법을 조장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성명을 통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행동에 가담한 이들은 범죄 기소와 정학, 퇴학 등 조처를 통해 그들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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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와 시장 등 지역 고위 당국자들이 학교 측에 강경 대응을 요구하면서 1일부터 경찰이 학교에 주둔했고, 학교 측은 1일 오후 6시께 공식적으로 시위대의 농성을 "불법 집회"라고 규정한 뒤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2일 오전 3시 직전에 학교 측이 모든 학생에게 '안전 경계령'을 내리고 해당 지역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이어 진압봉과 헬멧, 방탄조끼 등으로 무장한 경찰 수백명이 농성장의 바리케이드를 해체한 뒤 텐트 철거하고 시위대를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텐트 주변을 여러 개의 나무 합판과 강철 펜스 등으로 겹겹이 둘러치고 진압에 대비했지만, 공권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CNN 방송에는 경찰이 진압 과정에 섬광탄을 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시위대 중 일부는 저항을 포기하고 스스로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경찰의 진압 작전은 거의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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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경찰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현장에서 시위대 132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경찰 대변인은 약 250명의 경력이 이번 시위 진압에 투입됐으며, 시위대가 소화기와 물병 등을 경찰에게 던졌지만 다친 경찰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섬광탄 사용에 대해 "군중에게 해산하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며 "공중으로 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시위대 강제해산을 두고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UCLA 재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학생 로런 브라운(19)은 "경찰이 조금 전에 와서 사람들을 체포하기 시작한 것은 정말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특히 공격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한 것은 과잉 대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화적인 시위는 존중돼야 한다"며 "이번 시위에서 폭력이 일어난 원인은 이 학교 재학생이 아닌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들어와 공격했기 때문이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먼저 폭력적인 시위를 벌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윈스턴이라는 이름만 밝힌 학부 1학년 남학생은 "학교 측에서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은 몰랐던 것 같은데, 시위를 너무 오래 방치한 게 실수였던 것 같다"며 "요즘처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폭력이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시위 현장이 정말 엉망이었는데 결국 정리돼 다행"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만약 시위가 다시 일어난다면 교내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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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