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이 도전장을 내밀며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 삼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기존 HK이노엔과 대웅제약 간 양강 구도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지난 24일 제일약품은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자큐보는 급여 등재를 거쳐 연내 출시될 계획이다.
제일약품도 도전장…차세대 위장약 '3파전'

역류성식도염 치료, P-CAB으로 재편

위식도역류질환은 비만·고혈압같이 생활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환자가 증가하는 일종의 ‘선진국형 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500만 명 이상이 위식도역류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산된다.

위장약 3세대로 평가받는 ‘P-CAB’ 치료제는 지난 20년간 위장약 시장을 장악하던 2세대(프로톤 펌프 저해제·PPI) 치료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P-CAB 치료제 처방액은 전년 대비 48% 늘어난 2176억원을 기록했다.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복용 편의성도 좋은 점이 주효했다. 또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하루 한 번만 복용하면 된다. 야간 속쓰림에도 PPI 계열 치료제 대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선두주자는 지난 3월까지 누적 5536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한 HK이노엔의 ‘케이캡’이다. 지난해 처방실적 1582억원으로 4년 연속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대웅제약이 출시한 ‘펙수클루’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처방액은 534억원으로 전년(128억원)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대웅제약은 올 4월부터 그간 케이캡 유통을 담당했던 종근당과 손잡으며 시장 확대를 예고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PPI 중심이던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P-CAB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공략…5개 중 3개가 국산

국내에서만 200여 종의 치료제가 경쟁하는 2세대 위장약 시장과 달리 P-CAB 치료제 시장은 이제 ‘개화’ 단계다. 세계 주요국에서 허가받은 치료제는 5개뿐이다. 그중 3개가 국산이다. 경쟁 제품으로는 일본 다케캡과 중국 케어파제약의 ‘베이웬’이 있다.

이에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은 빠르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케이캡은 총 45개국에 진출했고, 중국 필리핀 멕시코 페루 등 7개국에서는 판매를 시작했다. 펙수클루도 24개국에서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멕시코 에콰도르 칠레 등 중남미 3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은 주요 격돌지 중 하나다. HK이노엔은 파트너사 세벨라파마슈티컬스가 케이캡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신청이 목표다. 대웅제약도 미국 임상을 위한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

특히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평가되던 다케캡(미국 제품명 보케즈나)이 예상보다 늦게 출시되면서 국내 제약사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케캡은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신약인데 미국 임상 중 이물질이 검출되면서 지난해 12월에서야 판매를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2025년께 케이캡이 출시되면 전체 3조5000억원 규모 미국 시장에서 1조~2조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 실적이 해외 시장 진출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