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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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사진)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이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특급대회인 RBC헤리티지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어떤 경쟁자도, 골퍼들의 오랜 징크스도 그를 막지 못하는 모양새다.

셰플러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에서 열린 대회 닷새째 4라운드 잔여 경기에서 3개 홀 동안 보기만 1개 적어내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4라운드 경기가 악천후로 중단된 뒤 오후 늦게 재개했으나 일몰이 되면서 경기를 끝내지 못해 하루 연장됐다.

이번 시즌 셰플러의 경기력은 압도적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셰플러는 올 시즌 들어서만 4승, 최근 출전한 4개 대회에서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거뒀다. 39라운드째 오버파 없는 경기를 치르는 기록도 세웠다. 셰플러는 올 시즌 들어 단 한 번도 오버파 경기를 하지 않았다.

그의 압도적인 경기력에 셰플러가 쓰는 공의 번호까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저스틴 토머스(31·미국)는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셰플러는 높은 숫자의 공을 쓰는데, 엘리트 선수 중에 이런 공을 쓰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골퍼들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미신을 믿는다. 나 역시 4번이 찍힌 공을 쓰면 나쁜 플레이가 나와 절대 쓰지 않는다”며 꺼낸 얘기다.

골프공에는 식별을 위해 1~9의 번호가 찍혀 있다. 대부분 선수는 1~3 정도의 숫자를 선호한다. 높은 번호의 숫자는 파 이상의 스코어를 의미할 수 있어 불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플러는 이번 대회 2, 3라운드에서 각각 7과 6이 찍힌 타이틀리스트 프로V1 공을 썼다. 그는 골프다이제스트에 “내 공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쉽도록 1~4 대신 5~8의 높은 숫자 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골퍼들을 불안하게 하는 징크스조차 셰플러의 경기력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셰플러는 PGA투어 2주 연속 우승이자 이번 시즌에만 4승을 수확하면서 다시 한번 ‘셰플러 시대’를 선언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