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 사건이 끔찍할수록, 그래서 사건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면, 세월의 힘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제주 4·3사건도 그런 경우다.
사건을 다룬 첫 소설(순이 삼촌·현기영)이 나오기까지는 30년이 필요했고, 4·3을 소재로 한 영화(지슬·오멸)가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선댄스영화제)을 받기까지는 60여년이 필요했으며, 당대에 저질러진 폭력의 상흔을 지긋이 바라보기(작별하지 않는다·한강)까지는 70여년이 필요했다.
최근 출간된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오랫동안 거리를 둬왔던 사건에 바짝 다가갔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4·3 사건을 묘사한다.
책은 4·3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할머니 다섯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큐멘터리 대본집이기도 한 이 책은 피해자들의 생생한 진술을 통해 4·3의 잔인성과 폭력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할머니들의 구술을 제주 방언에 능숙한 조사원들이 채록했고, 이를 토대로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경만 감독이 글로 썼다.
책에 따르면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박춘옥 할머니는 4·3이 터지고, 겨울로 접어들 무렵, '몸뻬'(왜바지)만 입고 냇가 바위로 피신했다.
바위 주변에 돌을 조금 파내면 굴 같은 거처를 마련할 수 있었다.
밤에는 아버지가 몰래 마을로 내려가 먹을 걸 가져왔다.
그러나 도피 생활이 오래갈 순 없었다.
저인망식 토벌 작전을 펼친 군경에 결국 잡히고 말았다.
그와 그의 가족은 서귀포까지 끌려가 무수히 맞았다.
나중에는 때리는 데 지친 군인들이 "팔이 아프다면서" 전기고문을 자행했다.
"이렇게 전깃줄 엄지손가락에 양쪽 감아서 박박 (손잡이를) 돌리면 탄탄 오그라져 죽었다가(기절했다가) 살아나고 그거 돌릴 때는 죽어버렸다가(기절했다가) 그거 안 돌리면 살아났다…."(박춘옥 할머니)
박순석 할머니는 1948년 5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기 하루 전 '오름'으로 올라갔다.
마을에는 선거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렇다고 저항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군경의 눈초리와 탄압이 매서웠기 때문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산으로 산으로 향했다.
선거가 끝나면 진정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마을 유지와 학교 선생님 같은 지식인들이 다 같이 올라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군경에 붙잡혔고, 연병장으로 끌려가 모두 총살됐다.
양농옥 할머니는 차에 실려 끌려가는 아버지를 하염없이 따라갔다.
'9연대장'이라 불린 사람은 양 할머니에게 집에 가면 아버지를 보내 준다고 했다.
양 할머니는 집에 가 담배 한 보루를 사 들고 무근성(지금의 제주 경찰청 자리)으로 갔다.
하지만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며칠 동안 인근을 배회하다 트럭이 오는 걸 봤고, 그곳에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라고 부르니, 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할머니의 아버지는 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가 총살당했다.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은 70여년 전 그들의 가족에게 닥친 비극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그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보고, 들었던 것, 가슴에 응어리졌던 것을 말할 수 없었다.
빨갱이 누명을 쓰며 옥살이까지 했기에,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어느 우화의 인물처럼, 그들은 걷다가 발에 치이는, 아니면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돌들에 말하면서 한(恨)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쉬쉬하면서 자식들에게도 말 못 했지만 앞으로 이것이 우리가 역사적으로 남는다는 것이 그거만 하나 생각하면…. 나는 돈으로 문제 생각하는 것이 아니요.
그저 우리 대에 역사적으로 우리가 4·3에 대해서 우리,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역사적인 뭘 남겨 줬으면 좋겠어."(박순석 할머니) 파우스트. 200쪽.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이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50명이 넘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들이 짜증도 나고 마음에 안 드는 일도 있겠지만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응원해야만 좋은 결과가 따라오게 된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올해 초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졸전 탈락에 관해 최근 출간한 에세이 '축구의 시대'에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리더십을 옹호하면서 대표팀이 원 팀으로 나아가지 못 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승부조작 기습사면 및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 등 최근 축구팬들을 들끓게 만든 다양한 이슈에 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아시아컵과 관련해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라고 옹호했다.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응원해야만 좋은 결과가 따라오게 된다. 옆의 선수가 나의 모자라는 것, 나의 실수를 막아줄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라고도 했다.클린스만 감독은 재임 시절 대표팀에 집중하기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 대회 후엔 영국 매체 '더 선'을 통해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한 '탁구 게이트'가 알려지기도 했다.정 회장은 에세이에서 "국내 축구 팬과 국민들은 대표팀 감독에게 아버지나 선생님 같은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 같다"며 "클린스만 감독은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평소 생활이나 숙소에서 활동, 식사 시간 등은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안컵 사태를 통해 축구
“제가 아드님이 생전 만나던 여자입니다. 아드님의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아들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처음 보는 여자가 아기를 안고 불쑥 찾아와 들려준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들을 떠나보낸 슬픔마저 순간 잊을 정도로, 어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뭐? 내 아들이 자식이 있었다고? 그럼 이 아기가 내 손주란 말이야? 그런데 왜 그걸 나한테 말도 안 하고….’아들은 과묵한 사람이었습니다. 매일같이 함께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은 있느냐”고 물어봐도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던 아들. 그런데 사실은 자식까지 있었다니. ‘아무리 말이 없어도 그렇지, 매일 사이좋게 같이 밥을 먹었는데….’ 어머니는 그저 황당할 뿐이었습니다.아들의 이름은 조르주 쇠라(1859~1891). 점묘법의 창시자이자 신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로서 한국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그는, 사실 자신의 어머니와 친구들에게 자식의 출산 소식조차 얘기하지 않을 정도로 비밀이 많은 독특한 사람이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내다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쇠라의 이름이나 점묘법이라는 기법을 한 번쯤 들어봤거나 그의 작품 이미지가 눈에 익은 분이 많을 겁니다. 그만큼 쇠라와 그가 남긴 작품들이 미술의 역사에서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반 고흐 등 비슷하게 유명한 다른 화가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생전 엄청나게 과묵했고 자신에 관한 기록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쇠라는 이런 성격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습니다. 법원 공무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필요한
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LLOYD) 매장을 방문한 VIP 고객 A씨는 그 자리에서 7.67캐럿 다이아몬드를 구매했다. 이 정도 크기의 다이아몬드라면 시가가 최소 2억~3억원은 호가한다. 하지만 A씨가 다이아몬드를 구매할 때 들인 금액은 7700만원에 불과하다.다른 VIP 고객인 B씨도 같은 매장을 3개월 사이에 네 번 방문해 다이아몬드 제품 4개를 샀다. 이 고객이 구입한 품목은 5.7캐럿의 테니스팔찌와 4캐럿 더블링, 1캐럿 핑크다이아몬드 반지, 다이아몬드 가드링이다. 평소 B씨는 티파니앤코, 반클리프아펠 등 초고가 명품 주얼리 제품을 즐겨왔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명품 아이템들과 레이어드하기 위해 로이드에서 다이아몬드 제품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고객이 다이아몬드 제품 4개를 사는데 들인 금액은 1500만원 정도. 시가의 5분의 1이 채 안된다.이들 고객이 이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다이아몬드 제품을 살 수 있었던 까닭은 이 제품들이 일명 '실험실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1캐럿 미만의 저가 제품들이 주로 팔렸지만, 최근엔 "천연 다이아몬드와 품질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A씨와 B씨처럼 고가 제품을 찾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란 연구실(Lab)에서 키워(Grown) 생산한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탄소를 고압·고온에 장기간 노출해 제조한 것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광학적으로 100% 같다.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가 들여다봐도 구별하기 힘들 만큼 비슷하나 가격은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이처럼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인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