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SF소설 원작…인간·로봇·동물 연대 그린 작품
국립극단 연극은 로봇 제작·서울예술단 뮤지컬은 퍼펫으로 로봇 표현
로봇 콜리 매력에 빠져볼까…연극·뮤지컬로 만나는 '천개의 파랑'
초록색 몸통이 브로콜리를 닮아 '콜리'라는 이름을 얻은 휴머노이드 로봇이자, 경주마 투데이가 느끼는 고통을 이해하고 스스로 말에서 떨어진 따뜻한 마음을 지닌 기수.
공상과학(SF) 소설 '천 개의 파랑'의 독자들이 상상했던 로봇 콜리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잇달아 관객을 만난다.

18일 공연계에 따르면 국립극단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오는 28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뒤를 이어 서울예술단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창작가무극을 5월 12∼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

◇ 따뜻한 연대의 시선 담은 SF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한 2035년 한국을 배경으로 인간과 로봇, 동물의 종을 뛰어넘은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의 우정이 중심에 위치한다.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된 콜리는 자신의 파트너 투데이가 심한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낙마하는 선택을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콜리가 한때 로봇 연구원을 꿈꾸던 소녀 연재를 만나 수리를 받고, 연재의 언니 은혜와 홀로 두 딸을 키우는 엄마 보경과 가까워지는 과정이 펼쳐진다.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내용을 담았다.

로봇 콜리 매력에 빠져볼까…연극·뮤지컬로 만나는 '천개의 파랑'
2019년 출간된 뒤 한국 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차지하는 등 인기를 얻었다.

영화, 드라마 제작 제의를 받기도 했으나 국립극단의 연극과 서울예술단의 뮤지컬로 관객을 먼저 만나게 됐다.

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하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천선란 작가는 18일 서울예술단 '천 개의 파랑' 제작발표회에서 "작년 이맘때 연극과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출판사와 에이전시 2개의 소통창구로 연락하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작품이 무대에 오르게 됐다"고 밝혔다.

소설이 연극과 뮤지컬로 관객을 만나는 것에 대해 "작가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상상하던 콜리가 그림 밖으로 나와 무대에 서고, 말을 걸어준다는 것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 실제 로봇 제작한 연극·인형으로 로봇 표현한 뮤지컬
두 작품은 주인공 콜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국립극단은 연출을 위해 145㎝ 크기 로봇을 특별 제작해 무대에 올렸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얼굴과 눈을 표현하고 상반신과 팔, 손목 관절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제작진의 신호를 받으면 미리 녹음된 대사를 가슴에 달린 스피커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배우와 소통한다.

움직일 때는 콜리의 역할을 나눠 맡은 인간 배우가 로봇의 몸체와 연결된 카트를 밀어 로봇의 다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연출한다.

연습 과정에서 로봇의 전원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해 당초 4일로 예정됐던 개막이 16일로 연기되기도 했으나, 지난 17일 공연에서는 문제없이 공연을 마쳤다.

로봇 콜리 매력에 빠져볼까…연극·뮤지컬로 만나는 '천개의 파랑'
반면 서울예술단은 160㎝ 크기 수공예 퍼펫으로 콜리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콜리 역을 맡은 배우가 퍼펫의 머리를 조종하고, 인형술사 2명이 팔과 다리를 맡는 방식으로 콜리를 무대에 구현했다.

콜리와 호흡을 맞추는 투데이 역시 인형으로 제작되어 무대에 오른다.

김태형 연출은 제작발표회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해 로봇과 경주마를 표현한다면 신기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도 원작의 따뜻한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인형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섬세해서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놀라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콜리 매력에 빠져볼까…연극·뮤지컬로 만나는 '천개의 파랑'
◇ 공연계도 SF 인기 이어갈까
연극과 뮤지컬로 제작된 '천 개의 파랑'이 SF 장르의 인기에 불을 붙일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천 개의 파랑'에 앞서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 '삼체'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시리즈가 인기를 끌며 원작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티모테 샬라메와 젠데이아가 주연한 SF영화 '듄' 시리즈는 국내에서 '듄친자'(듄에 미친 사람)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등 관심을 받았다.

천 작가는 최근 SF 소설과 그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호응을 얻는 이유를 규범이 사라져가는 사회에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에서 찾는다.

정해진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됐던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고독함을 느끼고 어떻게 미래를 꾸려나갈지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SF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사회의 거대한 담론을 다뤄 왔습니다.

독자들은 SF를 읽으며 사회가 무엇인지 답을 찾고, 인간이 원래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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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콜리 매력에 빠져볼까…연극·뮤지컬로 만나는 '천개의 파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