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중앙은행(Fed)보다 앞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자본 유출 등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16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에 큰 충격이 없다면 곧 통화 긴축을 완화할 것”이라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과정에 좀 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당히 짧은 시간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가 올해 6월부터 현재 연 4.5%인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발언이다. ECB 집행위원인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이날 “중대한 충격이 없다면 6월 초 첫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인하 시점을 제시했다.

유럽 경제가 미국에 비해 약세인 만큼 Fed보다 앞서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평균값 전망치를 0.9%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ECB가 금리를 인하하면 현재 미국(연 5.25~5.5%)과 1%포인트(상단 기준) 차이인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세계 각국이 미국에 보조를 맞추던 기존 통화정책 운용에서 벗어나 ‘각자도생’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달 2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대만 중앙은행은 오히려 지난달 기준금리를 0.125%포인트 올렸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