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이 자연에서 즐기는 야외 축제로 정체성 다져갈 것" 강원도 평창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펼쳐지는 야외 클래식 축제인 '계촌 클래식 축제'가 10주년을 맞았다.
계촌 클래식 축제는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주관하는 '예술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평창군 계촌마을에서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 축제는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열리며,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조성진, 이진상,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지휘자 김선욱 등이 참여한다.
이동연 축제 총감독은 17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계촌마을 주민들 덕분"이라고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클래식 축제를 주민들과 함께 만든다는 건 과감한 도전이었다"며 "마을 주민들이 하루는 트로트, 하루는 클래식을 하면 안 되냐고 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느덧 그런 이야기들이 사라졌고, 마을 주민들이 축제를 계기로 예술마을을 만들자고 논의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10년을 맞이했다"고 감격해했다.
주국창 축제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계촌마을은 인구 2천명이 안 되는 작은 시골 마을"이라며 "'그거 안 돼. 하지마'라고 했던 주민들이 '와 되네'로 바뀌었고,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축제가 크게 주목받게 된 계기도 있었다.
2022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참여하면서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은 "임윤찬이 16살 때부터 장학 지원을 해왔고, 장학생들을 무대에 올리자는 의견이 있어 섭외했었다"며 "그해 6월 임윤찬이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수천 명의 팬이 찾으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
10년간 계촌마을의 모습도 변했다.
대형 잔디밭을 조성해 야외 공연장을 만들었고, 클래식 공원, 조형물 등도 생겨났다.
한예종 졸업생들이 주기적으로 계촌마을을 찾아 아이들을 교육하는 등 음악교육도 진행됐다.
과거 폐교 위기에 처했던 계촌초등학교에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 살다가 전학 온 학생도 생겼다.
현재 계촌초등학교 학생회장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인 정찬율(12)과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동생 정선우(10)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찬율 군은 "사실 얼마 전 아버지가 도시로 이사를 제안하셨지만, 계촌별빛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계촌중학교로 진학하고 싶다는 결심을 밝힌다"고 당차게 말했다.
계촌별빛오케스트라는 2009년 계촌초등학교의 폐교 위기를 막기 위해 전교생이 참여하는 악단으로 창단됐으며, 2012년에는 계촌중학교에도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계촌클래식축제는 계속해서 계촌마을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영국 BBC 프롬스, 베를린필하모닉 발트뷔네 축제 등처럼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이 총감독은 "평창에서 열리는 대관령음악제가 전공자 중심의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축제라면 우리는 모든 시민을 위한 축제를 표방한다"며 "자연과 함께하는 야외 클래식 축제라는 정체성을 다져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계촌마을이 클래식 마을로 발전할 수 있게 클래식 전용 감상 카페나 클래식 음반 또는 자료들을 볼 수 있는 책방, 음반 가게 등을 조성하려고 한다"며 "오케스트라도 마을로 확대해 학부모, 주민들도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도 준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축제 첫날에는 백건우가 계촌별빛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의 작품을 들려준다.
둘째 날 파크 콘서트에는 사무엘 윤과 소프라노 박소영, 별빛 콘서트에는 피아니스트 이진상과 크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미드나잇 콘서트에는 더티블렌드, 김수유&이지호 듀오, 이선지 트리오가 출연한다.
마지막 날 파크 콘서트에서는 온드림 앙상블이 플루티스트 이예린, 첼리스트 주연선과 협연하며, 축제의 마지막 무대인 별빛 콘서트에서는 조성진이 김선욱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