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식품·유통업계 '비상'…먹거리물가 더 오르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일부 식품기업은 사업계획 손보고 유통업체는 공급선 변화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자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뜩이나 높은 식품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식품기업은 사업계획 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통업체는 공급선을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 밀가루·설탕·식용유·소고기 등 수입가격 상승 가능성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가 17일 오전 1,39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영향은 식품업계에 전반적으로 미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니 식품업계가 다 영향받는다"고 말했다.
환율이 오르면 원맥과 원당 등의 수입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원맥은 밀가루의 원료이며 원당은 설탕의 원료로 라면이나 빵, 과자 등에 들어간다.
밀가루와 설탕, 식용유 등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원당 매입 비용은 8천558억원이었으며 원맥을 사들이는 데는 3천313억원을 썼다.
식용유 등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대두 매입 비용은 1조1천430억원이었다.
원재료 수입 가격이 상승하면 제품 원가에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의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재고를 품목에 따라 1∼2개월 치에서 3∼4개월 치 보유하지만, 고환율이 이보다 길게 지속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CJ제일제당은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세후 이익이 182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식품 매출이 5조원이 넘을 정도로 해외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해외 식품 판매로 원재료 수입 비용 상승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사업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오뚜기 등 여러 기업은 환율 상승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오뚜기는 고환율로 수입 원재료 매입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 지속되면 제조 원가율 상승을 고려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업계획은 환율 1,300원대 중반을 기준으로 세웠는데 지금은 1,400원에 가깝다"면서 "환율 상승을 반영해 영업이익과 매출 목표를 조정하는 등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라면에 들어가는 밀가루와 팜유, 대두유 등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유업계의 경우 슬라이스 치즈는 블록 치즈 원료를 들여와 가공 생산하기 때문에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 밖에 커피음료, 주스 등을 생산할 때도 커피 원두, 과즙 등 원재료 수입 단가가 상승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유로 생산되는 흰우유와 일부 유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산 재료로 만든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입 소고기와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 과일의 경우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단가가 높아지게 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수입 시기별로 정도는 다르겠지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고 장기화하면 영향은 커진다"며 "지금과 같은 고환율이 일시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환율 때문에 덕을 보는 식품기업도 있다.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을 히트친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8천93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늘었다.
삼양식품은 사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이 61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가에서 일부 증권사 연구원이 삼양식품에 대해 투입 원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자 이날 삼양식품 주가는 장 초반 26만6천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 대형마트, 수입선 바꾸거나 달러 대신 유로화 결제 검토
대형마트 업계도 환율 상승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신선·가공식품이 판매가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최근 1∼2개월 사이 강달러 영향으로 미국과 캐나다산 냉장 돼지고기 가격이 평균 10%가량 상승하자 유럽산 냉동 돼지고기 등으로 대체 발주하거나 국산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유럽산 냉동 돼지고기를 수입할 때는 실시간으로 환율을 모니터링해 결제 통화를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바꾸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이마트는 앞서 지난 2022년 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겼을 때도 호주산 오렌지를 미국 달러가 아닌 호주 달러로 결제해 5% 정도 비용을 절감한 바 있다.
이후 이마트 소싱팀에서는 지속적으로 환율 추이를 체크하며 변동 폭이 작은 안정적인 화폐로 결제를 추진해왔다.
이마트는 또 국산과 세네갈산 갈치를 85%대 15% 수준으로 비축해 운용해왔지만, 국제정세 불안과 환율 상승으로 국산 물량을 9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수입 상품 가격 방어를 위해 일본과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 및 제조사와 협업을 강화하고 중간 유통 마진이라도 줄이기 위해 해외 직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프랑스 유통사 피카드의 간편식 상품을 직소싱해 선보였고, 3월에는 독일 DM사의 자체브랜드 발레아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또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 '오늘좋은'에서도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유럽산 직소싱 상품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엔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임에 따라 일본 수입 상품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다음 달 일본 롯데를 통해 '가나 프리미엄 초콜릿', '코알라 초코 과자' 등 10여개 품목을 직소싱해 선보일 계획이다.
,
/연합뉴스
일부 식품기업은 사업계획 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통업체는 공급선을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 밀가루·설탕·식용유·소고기 등 수입가격 상승 가능성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가 17일 오전 1,39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영향은 식품업계에 전반적으로 미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니 식품업계가 다 영향받는다"고 말했다.
환율이 오르면 원맥과 원당 등의 수입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원맥은 밀가루의 원료이며 원당은 설탕의 원료로 라면이나 빵, 과자 등에 들어간다.
밀가루와 설탕, 식용유 등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원당 매입 비용은 8천558억원이었으며 원맥을 사들이는 데는 3천313억원을 썼다.
식용유 등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대두 매입 비용은 1조1천430억원이었다.
원재료 수입 가격이 상승하면 제품 원가에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의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재고를 품목에 따라 1∼2개월 치에서 3∼4개월 치 보유하지만, 고환율이 이보다 길게 지속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CJ제일제당은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세후 이익이 182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식품 매출이 5조원이 넘을 정도로 해외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해외 식품 판매로 원재료 수입 비용 상승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사업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오뚜기 등 여러 기업은 환율 상승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오뚜기는 고환율로 수입 원재료 매입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 지속되면 제조 원가율 상승을 고려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업계획은 환율 1,300원대 중반을 기준으로 세웠는데 지금은 1,400원에 가깝다"면서 "환율 상승을 반영해 영업이익과 매출 목표를 조정하는 등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라면에 들어가는 밀가루와 팜유, 대두유 등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유업계의 경우 슬라이스 치즈는 블록 치즈 원료를 들여와 가공 생산하기 때문에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 밖에 커피음료, 주스 등을 생산할 때도 커피 원두, 과즙 등 원재료 수입 단가가 상승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유로 생산되는 흰우유와 일부 유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산 재료로 만든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입 소고기와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 과일의 경우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단가가 높아지게 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수입 시기별로 정도는 다르겠지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고 장기화하면 영향은 커진다"며 "지금과 같은 고환율이 일시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환율 때문에 덕을 보는 식품기업도 있다.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을 히트친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8천93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늘었다.
삼양식품은 사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이 61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가에서 일부 증권사 연구원이 삼양식품에 대해 투입 원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자 이날 삼양식품 주가는 장 초반 26만6천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 대형마트, 수입선 바꾸거나 달러 대신 유로화 결제 검토
대형마트 업계도 환율 상승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신선·가공식품이 판매가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최근 1∼2개월 사이 강달러 영향으로 미국과 캐나다산 냉장 돼지고기 가격이 평균 10%가량 상승하자 유럽산 냉동 돼지고기 등으로 대체 발주하거나 국산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유럽산 냉동 돼지고기를 수입할 때는 실시간으로 환율을 모니터링해 결제 통화를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바꾸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이마트는 앞서 지난 2022년 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겼을 때도 호주산 오렌지를 미국 달러가 아닌 호주 달러로 결제해 5% 정도 비용을 절감한 바 있다.
이후 이마트 소싱팀에서는 지속적으로 환율 추이를 체크하며 변동 폭이 작은 안정적인 화폐로 결제를 추진해왔다.
이마트는 또 국산과 세네갈산 갈치를 85%대 15% 수준으로 비축해 운용해왔지만, 국제정세 불안과 환율 상승으로 국산 물량을 9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수입 상품 가격 방어를 위해 일본과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 및 제조사와 협업을 강화하고 중간 유통 마진이라도 줄이기 위해 해외 직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프랑스 유통사 피카드의 간편식 상품을 직소싱해 선보였고, 3월에는 독일 DM사의 자체브랜드 발레아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또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 '오늘좋은'에서도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유럽산 직소싱 상품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엔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임에 따라 일본 수입 상품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다음 달 일본 롯데를 통해 '가나 프리미엄 초콜릿', '코알라 초코 과자' 등 10여개 품목을 직소싱해 선보일 계획이다.
,
/연합뉴스